2025년 7월 (5)

다섯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다섯째 주




수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해냈다.


명상을 처음 시도해 본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최소 5년 전이었고 적극적으로 시작해 꾸준하게 루틴으로 삼아온 지는 2년이 넘었는데, 그럼에도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각에 휩쓸려가다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명상을 매일 하지만 스스로 명상가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허접스러운 수준을 아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달까.


명상에 대해 조언하는 글이나 영상을 보면 흘러가는 생각을 관찰하라고 하던데 솔직히 그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잘 안 왔다. 당연히 제대로 된 적도 없었고.


그런 고로 열 번 중 아홉 번은 이렇게 생각의 회오리에 후르륵 날려 가는 와중에 명상을 마치게 되었고, 그때마다 희미한 자책감을 느꼈다. 나는 왜 생각을 멈추질 못하지. 생각을 놓아버리지를 못하지. 그냥 지켜보라는데 왜 그것도 못하지.


그래서, 오늘 뭘 해냈냐면, 생각을 관찰한다는 게 뭔지 드디어 깨달음을 얻어 관조자처럼 지켜볼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그것은 아니고, 드디어 처음으로 명상을 끝낼 때 자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생각을 잔뜩 했고 그 생각에 질질 끌려다닌 건 평소와 똑같았지만 오늘은 자책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자꾸 했네. 어쩔 수 없지. 뇌란 게 그렇게 생겨먹었는걸.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거야.


일견 대단할 것 없고 당연한 소리지만 이것이 내게는 얼마나 의미 깊은 경험인지 모른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희한한 건 일상 생활에서, 의식 수준에서는 이미 그런 말을 쉽게 꺼내게 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랬다. 남들에게, 혹은 외부의 상황에 대고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자신의 속에 대고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기뻤다.



주말


왜인지 모르겠는데 불면증이 도지고 있다. 이놈의 불면증은 어떨 때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 것인지 비교적 명확하게 알겠다가도, 어떨 때는 도저히 도무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몸이 피로에 지쳐 절어 있고 특별히 불안한 일도 없는데 잠이 안 오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영어 과외 수업을 이제 3개월 들었다. 6개월 과정에서 딱 반이 지난 셈이다. 세 달 듣고 영어가 이 정도 늘었으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세 달 남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면 안 되는데 싶기도 하다.


출근 전에 수업을 듣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듣기도 하고, 퇴근 후에 듣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하루에 두 번 하고, 거기다 가외로 다른 원격 튜터링까지 하고 있으니 인생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빨리 끝나면 들인 돈이 또 좀 아까울 것 같고.

영어가 많이 편해지긴 했는데 한국어 실력은 또 점점 이상해지고 있고, 그렇다고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어정쩡한 기분이다. 일본어도 다 까먹어서 너무 아깝다.

동시에 또 이런 건 다 때려치우고 취미생활이나 하고 싶기도 하다. 아니, 그냥 직장을 관두고 싶다…. 그럼 시간이 모자란 것도 여러 개를 저글링하며 버거운 것도 전부 해결될 텐데.

부자가 되고 싶어진다.

(여기서 부자란 내 집이 있으며 매월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맘 편히 장을 보러다닐 수 있을 정도의 꾸준한 수익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음.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지치긴 지쳤나보다.



아참, 미니멀리즘을 향한 물건 비우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가게에 매주 가고 있다. 기부 세액공제 금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잘 사용하지 않던 당근 앱도 인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이다. 텀블러를 오천 원에 파는 게시글 아래에 삼 억짜리 오피스텔이 있고 또 그 아래에 시급 만 오천 원의 아이돌보미 구인 글이 있고 그 아래에는 쇼핑몰을 정리해서 옷을 싸게 내놓는다는 글이 모두 한데 뒤섞인 모습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이번 주말에는 아주 오랜만에 (뒤늦은) 복날 삼계탕을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날이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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