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

둘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둘째 주




금요일


전날인 목요일에는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이 퇴사해 송별회 겸 저녁 모임을 했다. 장소는 명동성당 앞에 있는 인도음식점이었다.

음식점에는 한국인들보다 인도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름다운 인도 여자들을 너무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인도 여자들은 다들 왜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들리는 인도 말들이 힌디어인지 벵골어인지 아니면 다른 언어일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내가 줌파 라히리의 책을 읽은 덕에 인도(정확히는 아마도 벵골) 문화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번역 일을 하면서 알게 되기도 했지만(산업 번역을 하면 다른 언어 번역사들도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하게 된다), 인도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다는 걸 새삼 다시 상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다 같은 인도 사람처럼 보여도 그들이 쓰는 언어가 어떤 언어일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단일민족에 가까운 한국인으로서는 참 생소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감히 인도쪽 언어를 배울 엄두는 못 내겠다. 그들이 영어를 잘해서 다행이다.



주말


남자친구랑 싸웠다. 힘들다.



그다음 월요일

(비록 셋째주가 되었지만)


열심히 봉합해서 잘 화해했다.

비록 감정적인 순간들이 있긴 했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감정을 정신없이 폭발시키거나 해서는 안 될 말실수를 하는 일은 없어졌다. 몇 년 간 명상하고 자기성찰을 해온 것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남자친구는 내 기대만큼 감정적으로 노련하고 성숙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솔직하고 본인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나 다른 관계에서는 잘 그러지 않는데 나는 항상 가족과 파트너에게 무심코 내 기대치와 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걸 발견한다. 사실 그들이 내 기대대로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나만 해도 가족들을 사..랑(동생은 사랑한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지만 부모님은 아직 좀 어렵다)하고 남자친구를 소중히 여기지만(아직도 서로 '사랑'이란 워딩은 꺼내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애정이 있는 만큼 얼마간 맞춰 줄 수야 있을 테지만 내 모든 행동을 그들의 기준에 따라 컨트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나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도 못 사는데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결국 우리는 다 그냥 자기 멋대로 살면서 그냥 옆에 서로를 두고 있는 게 한계인 것 같다. 가족이 되었든 파트너가 되었든. 그리고 멋대로 사는 내 곁에 남아주는 것에 감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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