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주
클라 앱에서 명상 100시간을 달성했다. 부지런히 하긴 했지만 가끔 빼먹기도 했던 데다 하루에 5분만 하는 날도 있었고 30분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 데 장장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앱으로 명상을 처음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Calm이나 마보로 시작했다가 내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유튜브 guided meditation 영상을 따라 했다. 거기서 골라서 하는 게 편했다. 다양한 유튜브 영상으로 제법 오랫동안 명상을 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매일 꾸준히 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의 추천으로 클라 앱을 알게 되었는데,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잡다한 기능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유튜브와 달리 앱이어서 현재까지의 기록을 트래킹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게 놀랍도록 큰 동력이 되었는다. 생각해 보면 듀오링고도 연속 기록을 깨고 싶지 않아 600일이 넘게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게 기록 트래킹이라는 수단이 아주 효과적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클라에서는 셀프 명상 타이머에 15분 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이제 가이드 명상에서 완전히 졸업했다). 처음에는 5분, 10분으로도 충분했지만 명상을 오래 해 나갈수록 명상 시간을 넉넉히 확보하고 싶어진다. 노련한 수행자나 요기처럼 1시간 이상, 혹은 몇 시간씩 할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20분에서 40분 정도는 하고 싶다. 앱 평가를 남기는 란에 타이머를 15분 이상 넣어달라고 적어본 적도 있는데 피드백이 없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100시간을 찍은 것을 마지막으로 클라와 작별하고 다른 앱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럴 때가 된 것 같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 번씩 무언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는 뚜렷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으니(리추얼에 관한 책에서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명상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기로 했다.
새로 설치한 앱은 Insight Timer라는 것으로 외국 앱이다. 레딧 어느 게시물의 명상 앱 추천 목록에서 본 것이었다.
깔아보니 생각보다 기능이 많고 번잡해 보여서 백퍼센트 이거다! 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앱의 폰트나 분위기는 괜찮아 보여서 써볼까 한다. 무엇보다 내게 제일 중요한 타이머 설정이 완전히 커스텀 가능하고 프리셋으로 설정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명상 시작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효과음까지도 엄청 많아서 명상 앱은 이런 것으로 돈을 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많긴 했다.
별도로 김정호라는 교수님의 ‘마음챙김 명상 매뉴얼’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있는데 아주 좋다. 남자친구의 서가(이제 내 개인 도서관이나 마찬가지다)에 있던 것인데, 명상에 대한 책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던 나로서는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히 있을 만한데 머리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명상이라는 세계의 완전 초입에 발을 들일 때보다 지금처럼 약간 알게 되기 시작할 때 읽게 되어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3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열심히 읽기는 했겠지만 이해는 잘 못 했을 것 같다.
이제 그동안 날 이끌어준 클라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안녕.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 방문했다. 아무 LP나 골라 들었는데 Change라는 80년대 밴드를 알게 되었다. The Glow of Love라는 노래를 듣자마자 반했다.
뮤직 라이브러리 입구에서는 확 트인 전망 때문에 연예인들이 사는 맨션인 나인원한남이 보였는데 이 때문에 쉴새없이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누군가가 거기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솔직히 별로 예쁘지도 않은) 건물의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을 보며 인간이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번 공모전이 끝나고 몇 주 쉬었으니 이제 슬슬 새로운 소설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