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알아

사랑받기 마땅한 나를

by 더 메모리 THE MemorY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거 같고. 슬퍼. 나를 아는 게 슬퍼.
- 나의 아저씨 中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았다면 좀 달랐을까,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안다’는 말이 그저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안다’는 말이었지만 사실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리 단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살아온 나날들 중 내가 정말 누군가를 알았던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를 알고자 했던 적이 있기는 했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의 아저씨에 나온 이 대사를 되뇌어 보았다.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거 같고. 슬퍼. 나를 아는 게 슬퍼.”


이 세상에는 몸은 컸지만 아직 마음은 어린아이인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일테고 드라마에 나온 이지안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이지안은 상처를 받아서 그리고 인생이 너무나도 고되어서 아직 자라지 못하고 있는 아이다. 그리고 박동훈은 어른이다. 그는 성장하려 노력하고 그의 주위 사람을 사랑한다. 그는 진정한 어른이다.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가 다 큰 어른을 안다. 그리고 그 어른도 아이를 조금은 알 거 같다고 말한다. 어른은 아이가 자신을 아는 게 슬프다 말한다. 어른이 슬픈 이유는 어쩌면 어른도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있어서 그래서 슬픈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나를 아는 것도 참 어렵다. 나도 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즐겨하는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건 무엇인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슬프다. 누군가 나를 아는 것이 슬프다. 나도 나를 알지 못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안다는 게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좀 알 거 같은 게 슬프다. 나도 알지 못한 나를 누군가가 아는 게, 나라는 인간을 꿰뚫어 보는 게, 내가 ‘성실한 무기징역수’라는 걸 안다는 게, 슬프다. 나도 내가 불쌍해서 안타까워서 차마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안다는 게 슬프다.

사실 슬프다는 감정의 숨겨진 감정은 아마 사랑일 거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더불어 상실감, 불행감, 우울감과 더불어 슬픔에는 사랑이 공존한다. 단순히 슬픔의 감정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거라면 우리는 단 한순간도 살 수가 없을 거다. 그러나 슬픔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괴로워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슬픈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슬퍼도 사랑하고 사랑해도 슬픈 이유다.


박동훈은 이지안이 자신을 아는 것이 슬프다. 그리고 그도 이지안을 조금은 안다는 게 슬프다. 그러나 슬픈 감정을 너머 그 이면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그가 슬픈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고 사랑하는 이유는 슬프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도 자기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는데, 자기도 스스로를 안아주지 못했는데, 자기도 스스로를 알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안다는 게 슬프면서도 그 사실을 사랑한다.


그 누구도 나를 ‘성실한 무기징역수’로 표현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고 누군가가 나에게 ‘성실한 무기징역수’라고 말했던 이유는 그가 나를 알기 때문이다. 그저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올바르고 유혹에 강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그러나 꾸역꾸역 삶을 살아가는 무기징역수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그저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너머를 바라보기에 나도 나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이지안의 말은 박동훈의 숨통을 틔어주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안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다. 그저 보이는 모습이 아닌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알고자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 노력할 때,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알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충분히 누군가를 알 수 있고 그렇기에 사랑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사랑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만큼 우리는 모두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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