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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샤 보카도 Jun 08. 2021

자주 미안한 사람




자주 미안한 사람은 자기가 밟는 모든 식물들에게 매일 사과를 하며 다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밟혀야 하는 그 애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참을 수 없었던

자주 미안한 사람은 나무 의자 위로 기어올라가서 거기 웅크리고 앉았다.

떨어지지 않게 의자를 발가락으로 꽉 잡았다. 더 이상 미안해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자주 미안한 사람 주위로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의자를 타고 자주 미안한 사람을 덮었다.

이불처럼 편안하고 조금 무거웠다.

자주 미안한 사람은 이제 작은 노랑나비를 눈으로 좇는 게

일상의 작은 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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