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문의 내 이름은 환영받았을까?
정기 인사발령이 시행되었다.
본청 건물 전체가 뒤숭숭 어수선하다.
우리 부서에서는 6명의 전출자와 그와 똑같이 6명의 전입자가 생겼다.
나는 이 부서 팀장이 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번 인사발령 때는 갓 발령 받은 팀장이라 뭐라 의견 개진할 틈도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좋은 직원을 영입(???)하여 팀의 분위기를 개선하리라 결심했었다.
처음 팀장이 되고 난 후 지난 2년간,
내가 팀장으로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일의 진척이 되지 않는 직원 한 명을 팀원으로 두었던 거다.
이 공직사회라는 곳이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안 잘린다, 그런데 저 사람도 안 잘린다'는 그런.... 곳이다.
문제의 그 직원은 내가 직원일 때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기적인 부분도 많았고, 일하기도 싫어했고, 또 여러 번 업무상 사고를 치기 일쑤여서
대직자가 수습을 하게 되는.... 그래서 차라리 최소한의 업무만 맡기게 되는 그런 직원이었다.
그런 직원을 2년이나 팀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후라
2년 동안 그 직원 뒤치다꺼리에 대한 부서장의 보상 비슷한 배려는 있겠지, 하고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쩜오가 가고 나니 쩜오가 또 왔다.
쩜오....= 0.5인분의 업무 역량을 갖고 있는 직원을 뜻하는 은어, 비어......
이 조직이 싫을 때가 이럴 때다.
쩜오는 또 일쩜오의 강제 배려를 받는다.
차라리 일쩜오도 일 대 일 공평하게 업무를 나누니보다 일쩜오를 하는 편이 속편하다고 한다.
결국 역량이 모자란 건지, 얌체인 건지 모를 쩜오는 쩜오만 하게 된다.
나는 일쩜오에게 미안하여 일대일로 나누고자 했지만
서로의 대직이 될 수밖에 없는 일쩜오는 그냥 본인이 일쩜오를 하겠다고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
사실은 나도 쩜오에게 일을 맡기기는 매우 불안하였다.
뒷수습이 더 힘들다.
공무원이 되기 전 사기업에서 일했다. 학원강사로 일한 적도 있다.
일을 해내지 못하면 조직에서 버틸 수가 없다.
사기업의 쩜오들은 퇴출되지 않기 위해 쩜오로 낙인 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그 몫을 해내거나,
그 몫을 해내지 못하면 본인의 자질과 역량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조직을 나간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에서 쩜오들은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고, 그런 하루들을 지내다 보면 월급날이 다가온다.
그렇게 호봉이 쌓이고, 여전히 쩜오들도 급여는 늘어만 간다.
쩜오들의 몇 배로 일하는 신규 직원들을 볼 때면 너무 부조리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봉이 높은 쩜오들의 몇 배의 월급과 대비되는, 일은 두 배이나 급여는 반 밖에 안 되는 신규 직원들.
성과급이 생기고, 근무평가가 생겨도 이 조직은 변한 게 없다.
나는 또 쩜오와 다음 발령 때까지 버티어야 한다.
내가 이제까지 거쳐간 부서들은
발령장을 들고 찾아간 나를 환영했을까?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공무원 조직의 전체가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 첨언한다.
요즘 들어오는 신입 직원들은 고만고만한 일들을 맡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능력자들이 많다.
컴퓨터 다루는 능력이며, 외국어 능력, 심지어 작곡도 하고, 가수가 될 만한 능력자도 많다.
하루하루 이 조직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나처럼 이 조직에서 20년이 되어가는 정체된 선배 직원들이 좀 더 분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