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정의를 알려주세요
나는 꼰대라는 사람들은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계속해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정도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변 동년배의 친한 팀장들한테 물어보니
요즘 나처럼 그리 얘기하면 꼰대라고 한다.
나는 새로운 팀원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두 가지를 얘기한다.
첫째, 지각은 안된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서 덧붙인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생기면 어쩔 수 없다는 거 안다.
다만 습관적으로 1-2분씩 지각하는 거는 직장을 대하는 기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
8시 58분도, 59분도 괜찮다.
9시 1분은 안된다.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멀리 사는 직원 중의 한 명이 변명한다.
6시에 일어나 7시쯤 출발했는데도 이 시간이라고..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30분 늦게 출근, 30분 늦게 퇴근 유연근무를 신청하라고 권한다.
둘째, 책상 정리를 하고 퇴근하자.
요즘 젊은(? 나는 늙은 친구인 건가...) 직원들은 볼펜조차 그대로 둔 채
업무수첩도 펼쳐 놓고 퇴근을 한다.
심지어 컴퓨터도 끄지 않아서 퇴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종종 헷갈린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전원 오프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공무원이다.
어떤 정보가 업무수첩에 어떻게 적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컴퓨터 끄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그 전원을 끄지 않고 퇴근하는 게
꽉 막힌(?)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아마도 젊은 직원들도
자동으로 꺼지는 컴퓨터에, 개인정보는 본인이 알아서 잘 보호할 거고,
내일이면 그대로 펼칠 것을 굳이(?)
꼭 반복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팀원이었을 때
팀장이 남아 있으면 저녁을 여쭤봐야 하는 게 영 불편했었다.
팀원이 팀장과 저녁까지 함께 하고 싶을 리 있겠는가.
이제 팀장이 되니
차라리 다른 동년배 팀장들과 밥을 먹는 게 나도 편하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팀원들과 점심 먹지 않고 약속을 만든다.
다른 팀장들도 어린 팀원들보다, 우리끼리(?) 먹는 게 맘이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팀장이 되고 알게 된 제일 중요한 사실은
팀원들끼리 친해져야 팀이 매끄럽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내가 없어야 팀원들끼리 말도 편히 하고, 친해질 것 같아서
초기에는 일부러 점심을 많이 빠지곤 했다.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때문에 출근이 싫어진다 생각은 하지 않도록
팀원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꼭 필요한 지시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타 부서나 민원인과 업무조정이 필요할 때
많은 힘을 보태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인사 발령 시에
나는 이 부서를 떠날 때
나와 함께 해온 팀원이 이별을 아쉬워하고
나와 함께 하게 될 팀원이 나를 환영하는 팀장이 되고 싶다.
20년을 지나온 동안
난 두 명의 팀장과, 두 명의 부서장 때문에 사표를 쓰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의 부서장은 정말 여차하면 사표를 집어던질 생각에
남편에게 정말 사표를 써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적이 있다.
(남편이 '정말 힘들었으니 이런 말을 하겠지...'하면서 더 묻지 않고 동의해 주어서
오히려 언제든 사표 집어던져도 된다는 자신감에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상사라서 사표 쓰고 싶은' 그런 사람은 아니고 싶다.
그래도 난 새로운 팀원에게 첫 회의 때 다시 얘기할 것이다.
지각은 하지 말자.
출근과 퇴근은 구별되는 업무 책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