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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직의 인사발령 범위를 넓힌다면?

광역안에서 돌고 도는 지방행정은 어떨까?

by 쭘볼 니나

서울시 지방행정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 구청에서만 거의 20~30년을 근무한다.

그나마 기술직렬은 서울시청이나 사업소, 여러 구청을 돌며 근무하게 되지만

나 역시 그렇듯, 대부분의 행정직들은 한 지자체에서만 30년 동안 근무한다.


가끔 이러한 지자체 직원의 인사발령제도가 적절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 조직의 인사가 고인 물이 되어, 흘러가지 못하고 항상 제자리에서

그 자리에 그 사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 때다.


나는 공무원이야 말로 세상 제일 공정한 조직인 줄 알았다.

대학 졸업 즈음에 취업서류를 제출하고 아무리 서류 전형을 통과해도

결국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가 오곤 했다.

그땐 내가 못나서 그렇지, 자책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합격자는 내정되어 있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구태의연한 의구심을 품어본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조직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필기시험으로 모든 합격 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조직.

이 얼마나 공명정대한가 말이다.


나같이 줄 없고 빽 없는 사람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조직이고,

또 일만 열심히 하면 차곡차곡 승진 점수도 쌓여지는 조직이고,

'성과상여금'이라는 말은 또 얼마나 일에 대한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단어였는지!


1500명 가량의 직원이 한 회사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하니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그 직원에 대한 느낌이 온다.

쩜오인지, 일쩜오인지, 일당백인지...

20여년을 지나는 동안 온갖 수다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오갔겠는가.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며 쌓여진 고정된 인식과 평판은 여간해서 잘 변하지 않는다.

쩜오로 일하던 사람이 알고보니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였을지라도

새로운 평판을 만들기에는 고인 물들의 고정관념이 잘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인맥이 생기고, 친밀한 그룹이 생긴다.


회사 내 어떤 모임이건, 무리 중 한 사람이 주요 부서에 가면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고

뒷말꺼리가 종종 생긴다.

이런 일은 사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공무원 조직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그렇게 밀고 당겨준 직원들이 능력보다는 처세술이 눈에 띌 때도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기업은 능력과 사회생활 만랩이 뒷받침 되겠지만,

공무원 능력은 글쎄다....능력만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밀어주는, 의심이 가는 인사발령이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한 조직의 인사를 결정하는 사람은

정말 아무 직위도 맡지 않은 일개 평범한 직원 중 몇 사람을 불러

이 승진자, 이 발령자의 능력과 인간됨을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부하 직원이 추천하는 직원이야말로 최고 아니겠는가.


내 눈앞에서만 잘하는 부하직원의 됨됨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인사권자들에게 귀띔해 주고 싶은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이야말로...정말 주민을 위한 공무원인데,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인데 왜 못 알아보십니까.

이런 사람이야말로...정말 당신의 눈을 가리는, 눈 앞에서만 잘하는 부하직원인데 왜 못 알아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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