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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격려를

행정직 공무원의 최일선- 기초자치단체 지방행정직

by 쭘볼 니나

가족들과 지방 모 관광 도시에서 휴가를 보냈을 때 일이다.

휴가지를 돌면서 세무직 공무원이었던 시누이가 말한다.

이런 도시는 사업체도 별로 없으니 세무서 직원들도 근무할 만하겠다고.

나도 그 옆에서 동감의 뜻으로 남편에게 중얼거렸다.

등초본 뗄 일도 별로 없을 것 같고, 수급자도 별로 없을 것 같으니..

동 주민센터 직원들도 근무하기 수월하겠다고..

국가 세무직 시누이 부부,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한다.

- 동사무소야 전국 어디든 뭐 다를 게 있을까?


그 당시에 시누이는 '주류세' 담당을 하고 있었는데

말하자면 맥주, 소주 뭐 이런 술 종류에 대한 세금 업무이다.

주류세는 생산업체, 판매업체에서 세금 매기는 게 끝나는 거 아닌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난 그 업무를 알지 못하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었다.


가끔 세무서를 다니는 시누이 부부에게 빈정 상할 때가 있다.

최일선의 지방행정직은 칼퇴 보장에, 동사무소 업무는 어여부영 대강 해도 되는 냥 말할 때다.


나는 공무원 생활을 10여년이 지날 쯤에야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업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는 널널한 데 가서 좋겠다는 둥, 그 업무는 땡보직이라는 둥,

그 팀 요즘 한가하잖아?...등등 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그 업무를 해보지 않고서 다른 사람의 업무에 대해서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가끔 인터넷 민원에 올라오는 글들 중의 하나가

앞에서는 민원 떼느라 정신없고, 대기가 열명을 넘었는데

민원대 뒤 직원들은 한가히 앉아 다 놀면서 안 도와준다는 내용들이다.


동 주민센터 업무 선호도는 민원대가 훨씬 높다.

일단 민원대는 열고 닫는 시간이 확실하다.

선거처럼 특별한 업무를 제외하고는 야근이 없고,

동 주민센터 주관의 각종 행사에 대부분 열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시간 중에는 점심 교대시간 외에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 통합민원 옆직원과 민원인의 눈치를 살피며 급히 다녀온다.

더구나 등초본에서부터 세무관계 서류 등등 외부에 나가는 서류가 뭔가가 잘못되면

법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자면 이해관계인, 말하자면 채권 채무자 관계인의 민원서류 발급이다.

확정일자나 주민등록 말소 업무도 조금이라도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법 개정 사항을 계속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막중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민원대의 법적인 무거움과는 다르지만

뒷 다이(?)는 업무의 불시성이 높다.

구청에서 떨어지는 새로운 사업이 생길 때마다 업무는 더해지고,

불시의 사건사고, 폭설 폭우를 대처해야 한다.


동 주민센터마다 결성되어 있는 주민 단체는 최소 5개 이상이다.

그 주민단체마다 다 담당이 있고, 매월 주민센터에서 모여 회의를 열고

주민들의 행사를 계획하고 개최한다.


그리고 그 단체 회원들은 항상 동 담당 직원들의 어려운 고객이다.

가끔 진상 단체장을 만나면 정말 출근도 싫을 정도로 괴롭다.

주민센터를 진심으로 도와주며 주민자치의 마음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물론 더 많지만,

동에 가게 혹은 사업장을 운영하며 동 주민센터에서 대우 받는 행세(?)에 심취한 분들도 적지 않다.

주민단체들의 도움없이 동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장이나 팀장들은 그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할 때마다......여기에 별로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노력한다.


또 요즘 주민센터에 필수처럼 운영하는 헬스장 민원은

진상의 최고점을 찍는다.

최근 들은 민원끼리의 대립은 헬스장 샤워실에 관한 거다.

온갖 빨래는 다 갖고 와서 하신단다.

또 하루종일 그냥 헬스장에서 사시는 분도 계신다.

옆에 다른 분들한테 피해만 안 주시면 좋으련만...


또 친한 팀장이 근무하는 동에는 지방의 한 읍사무소와 교류사업을 하면서 밤을 팔았는데,

6개월전 냉동실에 넣어놓은 밤이 이제와 먹으려나 썩었다면서

동 주민센터에서 읍에 연락해 환불해 달라고 오셨다고 한다.


나는 행정팀 근무 경험만 있어서

복지팀의 업무는 잘 모르지만

고성과 통곡이 오가는 건 행정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관내에서 기초수급자가 제일 많은 곳에서 공무원 첫근무를 하던 시절

정말 돈 안주면 죽겠다며 칼 들고 온 사람을 두 번 보았다.


물론 우리는 이런 일들을 하려고

이 직업을 갖고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시험과목인 행정학에서 늘 얘기하듯

공무원의 고용주는 국민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 고용인인 공무원들이 1-2년 근무하고 사직서를 쓰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무사안일, 복지부동, 근무태만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듯 하다.

이제 공직사회는 그렇지 않다.

민원에 시달리고 업무에 시달린다.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내 사업이 주민복지에 큰 효과가 생길 때 진심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자부심, 아니 자긍심이 생긴다.


여직원들끼리 모이면 이런 얘기를 한다.

남편도 공무원인 여직원과

남편이 사기업에 다니는 여직원이 대화를 나누면 그 차이가 아직도 있다고.


공무원인 남편은 아내가 퇴근하면 진짜 고생했다고 마음을 토닥토닥 해주지만,

사기업 다니는 남편은 아내가 퇴근하면 진심 책상에 앉아서 쉬다 온 것 마냥

'공무원이 하루종일 뭐 할게 있다고..나보다 힘들어?.'라고 말한단다.


나는 공무원 시누이를 둔 덕에 저리 표나게 말씀하지는 않지만

국가직이랑 지방직이랑 업무 강도가 비교가 돼? 라는 표현을 시댁에서 가끔 듣는다.

그런데도 공무원 며느리는 아직도 선호도가 높으니 참...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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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의 말씀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에 가시면 직원에게 조금만 친절히 대해 주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해 민원인에게 친절할게요.

혹시 무언가 '안된다'는 대답을 들으신다면...그건 정말 안되니까 안된다고 말씀 드리는 걸 거에요.

저희는 정말 모든 걸 되는 쪽으로, 그래서 민원이 안 생기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답니다.

공무원은 정말 민원이...민원이...생기면...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요...ㅠ.ㅠ

민원인의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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