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도 잃을 수 있다.
치아도 잃을 수 있다.
언제나 곁에 머물거라 믿어왔던 존재와의 이별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세상에 영원은 없다는 것을.
노력을 통해 소유한 것이라면 모를까, 태초부터 당연히 내 것이었던 것들과의 이별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당연한 나의 것들이 사실상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그러하듯 그것들 또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당연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후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우리는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푸릇푸릇한 시기를 지나 희끗희끗한 중년이 되어버리고 난 뒤에야 말이다.
치아의 노화는 약 20살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신체 부위 중 가장 이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스무 살, 그 꽃 같은 나이엔 절대 알지 못한다. 돌 같이 딱딱한 음식에도 거뜬히 버티던 치아에 균열이 갈 수 있고, 그 균열을 통해 균이 들어갈 수 있고 종당에는 치아를 하나 둘 잃게 될 것이란 사실을.
현재 2030 세대의 기대수명이 150세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안티에이징 시술법이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젊음을 재생시키는 다양한 클리닉이 성행하고 있는 와중에 치과계는 유독 조용한 것이.
그렇다. 치아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치아에 균열이 생기고 썩어 들어간 부위를 도려내 채워 넣을 순 있을지언정, 내 치아를 복원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치아가 건강할 때 이 건강을 유지하여, 조금이라도 오래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언제고 치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가정에서 지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대로 된 양치질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칫솔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제대로 된 치실 사용이 고혈압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또, 구강 내 세균관리가 전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키가 된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이러한 세균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하나, 치석이나 치태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
물론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위가 있을 수 있다. 또 구조적으로 이물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연 1~2회 치과에 내원해 스케일링을 진행해야 한다. 스케일링을 진행하면서 현재 치아 상태 점검도 받아볼 수 있다. 충치나 치주염의 이른 발견이 치아를, 나아가 전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관리를 열심히 한다한들 치아의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언젠가 결국엔 치아를 잃게 된다. 선천적으로 치아나 잇몸이 약한 경우나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치아를 살릴 수 없을 때에도 어쩔 수 없는 발치를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아 상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향후 남은 치아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지" 하는 막연함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발치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의 뼈는 일생동안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양 보다 사라지는 양이 많아 뼈에 구멍이 생기거나 뼈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잇몸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치아가 있을 때 유지되는 잇몸의 양과 치아를 잃고 난 뒤의 잇몸의 양이 다르다. 대중화된 임플란트로 인해 흔히, "치아 뽑고 난 뒤에 임플란트 심으면 되지!"라고 생각들 하지만, 임플란트 조차 심을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치아를 잃고 나면 1년 이내 잇몸뼈 흡수가 진행된다. 이 흡수되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경우 단 시간 안에 급속도로 흡수가 진행된다. 이렇게 잇몸 양이 줄어들게 되면 남아 있는 치아 건강도 보장받을 수 없다. 우리의 치아는 빈 공간으로 채우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아래 앞니가 빠졌다고 가정하자. 빠진 치아 좌우 옆의 치아는 물론이고 맞물리던 위쪽 앞니도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이동을 시작한다.
치아가 없는 쪽으로는 씹기가 힘드니, 상대적으로 멀쩡한 치아에 힘이 가해진다. 치아와 잇몸은 압박을 느끼고 이 과정에서 얼굴형 또한 변화할 수 있다. 심지어 디스크나 두통, 소화불량이 야기된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는 다수의 치아 상실이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물을 부수어 소화를 돕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고 건강한 치아를 잃었을 때 그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플란트는 현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아 대체 치료법이다. 우리의 치아와 동일한 구조로 설계되어있다. 앞서 치아를 발치하면 잇몸뼈 흡수로 잇몸의 양이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다행인 것은 잇몸이 흡수되기 전에 임플란트를 심게 되면 그 흡수를 방지할 수 있다. 설사 흡수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새로이 잇몸뼈가 형성되어 건강한 잇몸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빈 공간을 채우려는 치아의 습성이 유발하는 치아 이동도 방지되어, 치열과 교합이 유지된다. 자연치아의 씹는 힘을 약 80%가량 재현하여 다른 치아에 부당하게 가해지는 압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것이 브릿지나 틀니와 임플란트가 다른 점이다. 브릿지나 틀니의 경우 잇몸에 고정되는 것이 아닌 잔존 치아에 의지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단단히 고정이 되지 않을뿐더러, 씹는 힘을 기대할 수 없어 잔존 치아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저 빈 공간을 채워 겉에서 보이는 부분에서의 치아 대체라면 브릿지나 틀니로도 충분하겠지만 자연치아와 동일한 기능의 부활을 꿈꾼다면, 임플란트가 최선의 선택지가 된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임플란트 역시 제한된 수명이 있다. 자연치아만큼 아니 자연치아 이상의 관리가 필요하다. 꾸준한 정기검진과 세심한 양치질, 제대로 잘 씹는 습관이 생성되어야 한다.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노력 없이 그저 주어진 것 마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은 그저 속담일 뿐이다. 잇몸으로 결코 버틸 수 없다. 하나 둘 치아가 사라져 가는 것을 당연한 노화의 하나로 여기면 안 된다. 치아는 그저 먹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또 다른 키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