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이' 끝났다.

첫사랑은 의사에 반해,첫 사랑니는의사에 의해..

by Uline
사랑은 아프다.


랑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형태로 찾아온다. 소원한다고 찾아오는 것도, 마다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기 또한 다르다. 누구에게는 조금 이르게, 누구에게는 조금 느리게 찾아온다. 심지어 평생 사랑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느닷없이 나의 의사에 반해 찾아온 사랑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랑은 삶을 윤택하게, 또 어떤 사랑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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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은 곧 아픔이다. 예쁜 사랑이든 아픈 사랑이든 그러하다. 왜? 모든 사랑에는 결국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 않던가.

특히 첫사랑은 더 아프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그 상처를 대변하는 듯 하다.




리의 치아에도 사랑만큼이나 강렬한 아픔을 주고 남기는 치아가 있다. 오죽하면 '사랑니'라고 부를까. 사실 이 치아의 정식 명칭은 제3 대구치이나 사랑을 알게 되는 시기에, 혹은 첫사랑을 앓듯 아프다 하여 사랑니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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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기 이후 즉 17~25세 사이에 주로 자라나는 이 어금니는, 사랑이 그러하듯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형태로 솟아오른다. 곧고 올바르게 자라나는 치아가 있는 반면 반은 나오고 반은 숨어있는 치아도 있다. 또, 아예 숨어 자라며 옆 어금니를 공격하는 짓궂은 치아도 있다.


은 사람에게서 마저 자라 나오는 형태가 다를 수 있다. 엑스레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는 이상, 개인이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생애에 거쳐 지속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겨날지, 육안으로 결코 판단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화론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턱뼈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예 안 자라는 약 7%의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스듬히 자라나거나 아예 매복되어 자라난 사랑니를 갖게 된다. 때문에 사랑니가 자라나면 우리는 아프다. 왜? 잇몸에 부종이 생기고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어금니와 사랑니 사이에 충치나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턱뼈 안에 낭종마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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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사랑니가 곧고 바르게 자랐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스듬히 자라난 경우 사랑니 부위를 잘 닦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금니와의 사이에 틈이 생겨 음식 섭취 시 이물질이 끼기는 쉬우나, 제거는 힘들다. 이는 곧 충치의 원인이 된다. 문제는 새로 자라난 제3 대구치만 충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자리한 어금니 뒤쪽 부분도 같이 썩어 들어감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사랑니 발치 시 앞의 어금니도 함께 발치하거나 신경치료를 병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치의 원인은 치석과 치태로 생긴 세균들. 이 세균들이 치아만 공격하겠는가. 잇몸도 점령한다. 사랑니 주위의 잇몸과 주변 조직에 침범하여 염증을 만든다. 통증이 생기고 붓고 피가 난다.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고 입을 벌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며 종당에는 식사마저 불편해질 수 있다. 이러한 염증성 질환은 사랑니가 맹출하고 있거나 일부만 나와 잇몸이 부분적으로 치아를 덮고 있는 형태에서 쉽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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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가 누워서 자라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앞의 어금니가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어 치아가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가 없다. 때문에 자꾸만 앞의 어금니를 밀어내며 자라게 된다. 다시 말해 치아 배열에 변화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사랑니 뒤쪽 부위에 염증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 경우 볼이 붓고 치아 뒤쪽이 아프다. 이런 상태에서 내원하게 되면, 다시 말해 많이 부어있는 상태에서 발치를 위해 내원하게 되면 마취도 잘 되지 않고 입도 잘 벌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바로 뽑기보다 약물을 투여하여 부종을 가라앉힌 뒤 사랑니를 뽑는다.




랑니는 그저 뒤늦게 자라났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여겨져 뽑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통증과 병변을 야기하기 때문에 예방과 문제 해결 차원에서 뽑게 된다. 물론 너무나 예쁘게 바르게 곧게 자라났다면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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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하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개당 2천만 원에 호가한다고 하던데,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생긴 2천 만원을 그냥 포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2천만원이 나에게 해가 된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 새로 생긴 2천만원을 지키겠다고 이미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허물 이유 없지 않은가.


다만 이 포기는 내가 결정할 것이 아니고 의료진의 진단을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 지식인 등의 커뮤니티에서, 자신은 사랑니 발치를 하고 싶지 않으나 의사가 자꾸 권유한다며, 이것이 과잉진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대답은 어떤 의사가 한다 해도 NO! 사랑니 발치는 의사에게 결코 돈이 되지 않는다. 오롯이 환자의 구강건강을 위한 권유이자, 권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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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붙잡고 있는 사랑에 마음이 병들듯, 뽑아야 하는 사랑니를 붙잡고 있는 것 또한 나를 병들게 하는 요소가 된다. 뽑아야 한다면, 뽑자. 사랑은 결국 끝나기 마련이며, 모든 사랑엔 아픔이 따른다. 그러나 겁먹지 말자. 나의 의사에 반해 찾아오는 사랑과 이별엔 약이 없지만, 의사에 의해 안녕하는 사랑니는 약이 있다. 마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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