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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하며 느낀 점

by 김종현

오랜만에 카페서 신문읽고 공부하는데 가방에 들고다니는 헌법·국회법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법 공부는 꾸준히 하는데 요 몇주 바빠서 제대로 하지를 못했다.


앞전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봤다. 헌법부터 봤는데 미란다 원칙이 적힌 조항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요근래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힌 기사를 몇건 봐서 그런 것 같다.


위법성 조각사유는 ‘행위 자체는 잘못된 불법·범법 행위지만 법률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A라는 사람이 B에 불만을 품고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이 될 만한 행위를 해 B에 재산 혹은 명예훼손을 입히면 B는 A에 민형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때 A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B에 직간접적 손실을 가한 건 맞지만 행위 자체는 사실에 근거한 행동이었고 사회 전반의 공익에 부합한 행동이었단 것을 입증해야 한다.


즉, 어느 특정인이 다른 개인의 권익을 무단으로 침범해 ‘법 위반으로 사회 공공질서에 해를 끼친 것’보다 ‘B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이를 사회에 알려 또다른 피해자 양산을 막는 것’이 사회 공익에 더 부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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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A라는 사람은 B 상사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성희롱을 들었다. A는 B에게 수차례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지만 B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A는 회사 게시판에 ‘B 상사가 지속적으로 폭언하고 성희롱했다’는 게시물을 올렸고 B 상사는 A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때 A는 B 상사와 나눴던 대화 내역, 녹취 기록, CCTV 영상 기록물 등을 법원에 제출해 게시물 내용의 사실여부를 입증한다. 이후 B 상사는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인물이기에 또다른 피해를 막고자 사내 게시물로 올렸단 주장을 펼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 경우다. 더 공부하면 불륜남 결혼식에 PPT로 불륜남 실체를 폭로하는 영상을 트는 등 말도 못하는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는 법원 사이트서 판례문을 볼 수 있다. 나 혹은 주변인이 법적 소송에 휘말리거나 보증, 공증을 잘못 서 금전적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떤 방도로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더 정확하고 자세한건 변호사를 찾아가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증거와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법정에서 어떤 주장을 펼쳐야 하는지,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변호사에게 물어야 한다.


나와 유사한 사례에 갇힌 특정인이 법률적으로 구제를 받은 사례가 있어도 ‘내가 가진 증거, 사안의 심각성’ 등에 따라 구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공부할수록 어려운 학문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대학교 재학 당시 법학을 전공한 동기가 있었다. 그 동기와 5년여간 동문수학을 하며 옆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지금도 로스쿨생들은 도서관에서 하루하루 피터지게 공부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학교엔 로스쿨 대신 법학대학이 있었다. 로스쿨 지망생들이 법학적성시험, 리트 응시 준비를 위해 주말도 없이 밤낮 공부하는 삶을 사는 것을 옆에서 봐왔다.


하루는 법학대학 도서관 건물 안 편의점을 들렀다. 잠깐 미끄러져서 대리석 바닥에 발을 쿵 하고 내딛었는데 경비아저씨가 다가와서 "소리내지 마라. 여기선 슬리퍼 끄는 소리도 내면 안된다"며 주의를 줬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미래 법학도, 사법부의 중요 구성원을 꿈꾸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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