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 : 명상의 시작
6월이 시작되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집안에 날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매일 한 두 마리씩 보이던 날벌레들이 하수구에 알을 깠는지 어제는 집에 들어오니 꽤 많은 수의 날파리들이 집안 형광등 앞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옥탑이다 보니 밤에는 현관문을 잠깐 열기만 해도 큼직한 날파리들이 부리나케 집 안으로 들어와 정신을 어지럽힌다. 어제오늘만 해도 날파리를 몇 마리를 때려잡은 지 셀 수가 없다. 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서둘러서 싱크대와 화장실 배수구를 락스를 뿌려가며 청소했다.
한 여름의 모기들은 집으로 몰래 침투해 내가 불을 끄고 잠에 들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기분 나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 피를 빨아먹는다. 하지만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모기와 달리 날파리들은 그저 쉴 새 없이 방 안을 날아다닌다. 여기 앉았다가 저기 앉았다가 나에게 달려들다가도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 하며 궤도를 예측할 수 없이 날아다닌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혼란스러운 움직임은 나의 정신을 지치게 만든다.
잡생각은 마치 이 날벌레들 같다. 어딘가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이 끝없이 이어진다. 생각의 궤도를 읽어내는 일은 맘처럼 쉽지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들기까지 그리고 잠을 자는 순간에도 생각의 끈은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기운이 없는 아침의 피곤함 속에서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유년시절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위급하고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 속에서도 생각은 아주 작은 사소한 일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릴 적 엄마한테 혼날 때 장판과 벽지의 무늬를 탐구하는 것처럼.) 생각은 궤도를 알 수 없이, 목적을 알 수 없이 쉬지 않고 날아다닌다.
요즘 주말마다 지방일정이 생겨서 토요일이 되면 종종 경기도 화성에 있는 부모님 집에 내려가 잠을 자고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가 목적지로 차를 태워다 주시곤 한다. 일요일 아침, 요 몇 주 제대로 쉬지 못한 나는 아침의 피곤함과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는 내게 명상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눈을 감고 호흡을 뱉으며 어깨에 힘을 빼라고.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아래로 아래로 내리라고. 불교용어로 ‘방하착’이라고 했다. 쉴 새 없이 그리고 끝이 없이 날아다니는 생각의 끈을 잘라내고 단전 아래로 끌어내린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내게 이 방법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고 뻗어나가는 생각들을 끊어낸다. 어깨에 쌓인 불안을 털어내고 생각을 아래로 밀어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머리는 차가워지고 가슴은 뜨거워진다. 그렇게 하루를 또 살아낼 용기가 생긴다.
마음이 날벌레처럼 날아다니는 날엔 호흡을 하자. 궤도를 알 수 없는 생각을 끊어내고 아래로 더 아래로 불안을 밀어내자. 생각보다 불안과 걱정은 발화점이 낮다. 조금만 마음에 불을 지피면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취방에 날라다니는 날벌레를 손으로 때려잡기는 쉽지 않지만 내 마음 하나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래. 근심 걱정 모두 내려놓고 숨을 내뱉자.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