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破裂音(파열음)
선문이는 우리에게 걸어오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심장이 덜컥했다.
"뭐?"
"너 같은 놈들이 잘하는 짓이 이런 거잖아.
친구 뒤통수치고, 제멋대로 하고...
양아치 새끼처럼."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새끼가,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너희 같은 놈들... 술 처먹고 담배 피우고, 사람 가지고 놀고...
그게 니들 수준 아니냐."
그 말이 이상하게 아팠다.
그리고 내 손이 먼저 올라갔다.
철썩.
선문이 얼굴이 돌아갔다.
볼이 빨갛게 부풀었다.
나는 멈추지 못했다.
"그래. 나 원래 이런 새끼다.
니 눈에도 그렇게 보였겠지."
선문이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분노가 목까지 차오른 나는
진심도 아닌 말을 내뱉었다.
"너 그래서 나한테 빌붙은 거 아니냐?
나랑 있으면 너 괴롭히는 새끼들이 너한테 얼씬도 못하니까.
너도 그거 이용하려고 나랑 친구인 척한 거 아냐?"
그건
그날 내가 한 말 중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었다.
"앞으로 내 앞에서 깔짝대지 마라. 죽는다."
그리고 바이크 엔진을 켜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뒤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등 뒤는
습한 여름밤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며칠 후,
나는 다시 뒷자리로 돌아왔다.
찬희가 놀렸다.
"얘들아. 영완이 공부 다 마치시고 복귀하셨다~깔깔"
녀석들은 다 알아도 모르는 척했다.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앞줄의 선문이는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절대 보지 않았다.
나도
다가갈 이유도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왔다가 사라진 인연처럼.
그해 여름은 뜨겁지 않았다.
숨 막히게 습했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로 무거웠다.
가끔 궁금하다.
선문이는 그날을 기억할까.
그 뺨, 그 말, 그 밤의 공기까지.
지금 어디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조금만 덜 거칠었더라면,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한 친구를
덜 아프게 할 수 있었을까.
그해 여름,
우리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