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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夏濤):뜨겁게 일렁이는 파도下.

청춘의 破裂音(파열음)

by GOLDRAGON

선문이는 우리에게 걸어오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심장이 덜컥했다.

"뭐?"

"너 같은 놈들이 잘하는 짓이 이런 거잖아.
친구 뒤통수치고, 제멋대로 하고...
양아치 새끼처럼."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새끼가,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너희 같은 놈들... 술 처먹고 담배 피우고, 사람 가지고 놀고...
그게 니들 수준 아니냐."

그 말이 이상하게 아팠다.
그리고 내 손이 먼저 올라갔다.

철썩.

선문이 얼굴이 돌아갔다.
볼이 빨갛게 부풀었다.

나는 멈추지 못했다.

"그래. 나 원래 이런 새끼다.
니 눈에도 그렇게 보였겠지."

선문이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분노가 목까지 차오른 나는
진심도 아닌 말을 내뱉었다.

"너 그래서 나한테 빌붙은 거 아니냐?
나랑 있으면 너 괴롭히는 새끼들이 너한테 얼씬도 못하니까.
너도 그거 이용하려고 나랑 친구인 척한 거 아냐?"

그건
그날 내가 한 말 중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었다.

"앞으로 내 앞에서 깔짝대지 마라. 죽는다."

그리고 바이크 엔진을 켜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백미러로 뒤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등 뒤는
습한 여름밤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 6. 다시 각자의 자리

며칠 후,
나는 다시 뒷자리로 돌아왔다.

찬희가 놀렸다.

"얘들아. 영완이 공부 다 마치시고 복귀하셨다~깔깔"

녀석들은 다 알아도 모르는 척했다.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앞줄의 선문이는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절대 보지 않았다.

나도
다가갈 이유도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왔다가 사라진 인연처럼.

■ 에필로그

그해 여름은 뜨겁지 않았다.
숨 막히게 습했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로 무거웠다.

가끔 궁금하다.

선문이는 그날을 기억할까.
그 뺨, 그 말, 그 밤의 공기까지.

지금 어디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조금만 덜 거칠었더라면,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한 친구를
덜 아프게 할 수 있었을까.

그해 여름,
우리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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