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나의 지난날을 다 기억하고 있다.

지난 나의 날들 중 무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by 양양이

머슬 메모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근육의 기억력이라는 말인데, 한번 익힌 근력과 기술이 몸에 저장되어, 오랜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해도 빠르게 회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번 쌓아둔 근육은 모든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설령 사라졌다 해도 다시 빠르게 회복 시켜 준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아주 어릴 때 익히고,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타지 않았어도 자전거 타는 방법은 잊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조금만 연습해 보면 금세 탈 수 있다. 언젠가 식스팩을 만들었던 사람은 다시 살이 찌고 난 뒤에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보다 쉽게 다시 식스팩을 만들 수 있다. 머리로는 기억을 못 하더라도, 근육이 먼저 숨어있던 예전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근육은 나의 과거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지 모른다. 운동을 했었다가 잠시 멈추었어도, 완전히 그 실력이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모든 움직임을 다 기억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내가 다시 시도만 한다면 나의 실력을 자동으로 어느 수준까지는 만들어 준다는 것이 말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당연히 조금씩 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게 되면 계속할 때 보다 몇 배의 힘이 들기도 하는데 로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몸이 "초기화되었다"라고 말하곤 했다. 특히나 자전거는 내가 애써 키워놓은 실력이 정말 금방 떨어지곤 한다. 주 3회 정도는 꾸준히 해도 내가 이뤄놓은 실력이 유지될까 말까 한 종목이다. 애써 올려놓은 체력이나, 사용하는 근육량, 가능한 케이던스(1분당 페달 회전수, 러닝에서는 1분당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를 뜻한다)와 심박수 같은 것 들을 보고 실력을 측정한다. 같은 거리를 얼마 만에 도착하는지 시간을 측정하면 실력이 나온다. 운동하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러닝을 많이 하는데, 쉬지 않고 자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번 끌어올려 둔 체력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쉬어버리면 체력도 같이 떨어져 버리곤 하니까. 러닝이나 로드사이클링은 정말 솔직한 운동이다. 하는 만큼 늘고, 하지 않은 만큼 어김없이 떨어진다. 애써 다 풀어놓은 근육이 굳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머슬메모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제로의 상태로 바뀌진 않는다. 아예 한 번도 운동해보지 않은 사람보다는 훨씬 근육의 회복 탄력성이 좋다는 것이다.


근육은 나의 지난날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도 시도를 안 해 본 사람보다, 당연히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한번 시도해 본 기억은 무의식 중에라도 남는다. 근육의 기억력은 누가 억지로 만들어 줄 수 없다. 스스로 도전하고, 움직여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억력이다. 그것이 아무리 오래된 경험이고, 실패한 경험이라고 해도 그 기억은 고스란히 내 몸속에 저장된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다. 몸이 스스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슬 메모리는 곧 나의 모든 시도들이, 도전들이, 꾸준함으로 쌓아 올려 두었던 모든 경험이 헛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몸 속 어딘가에 잠재적으로 숨어있다가, 언젠가 내가 필요로 할 때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나의 지난 시도들 중 하나도 헛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나의 재산으로 남는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썼던 것이 지금 기억으로 남아 언제든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었고, 10년이 넘는 서비스직의 직장생활과 음식점,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했던 경험은 연관이 없는 다른 직업을 구할 때도 고스란히 나의 경험치로 남게 되었다. 그저 재미로 했었던 여러 취미들과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시도했던 모든 나의 과거의 행적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무의미한 행동은 없었다. 리더 그룹으로 승진하지 못했던 10년의 직장생활은 직원이었던 경험이 쌓여 새 직장에서 단박에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부업으로 시도했었던 스마트 스토어를 하며 익힌 비즈니스 스킬은 결국 음식점을 운영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다 못해 취미로 했던 운동들도 이런 글을 쓰는데 접목시키기에도 좋다. 꼭 성공했던 경험이 아니어도, 모든 것이 다 나의 데이터가 되어 인생에 고스란히 남는다. 미국 항공 우주국 나사(NASA)에서는 실수로 인해 프로젝트에 실패한 연구원을 절대 퇴사 시키거나, 좌천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 실패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연구원뿐이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 실수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도 바로 실패를 해본 그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그 실패 다음의 것을 도전해 성공을 시킬 때까지 믿고 기다려 준다고 한다.


어떤 것에 실패를 했다고, 혹은 하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 어떤 경험도 사실은 내 안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 무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어떤 경험도 반드시 써먹을 때가 생기고, 여러 번의 시도는 결국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 나의 지난날들은 사실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인생을 만든다. 무의미한 시도는 없다. 다만 아직 성공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그런 일상과 시도들이 쌓여 결국은 더 넓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줄 것이다. 운동으로 인해 다져진 근육에 머슬 메모리가 남듯 나의 경험은 쌓여 결국 인생 메모리가 되어 줄 것이다.


오늘 나의 인생은 어떤 메모리가 되었을까

그리고 당신은 무수한 날들을 보내며 어떤 인생 메모리를 쌓고 있나요?

keyword
이전 11화63세 엄마와 두번 다시 없을 한라산 등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