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나의 방법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
스노보드는 퍼포먼스 스포츠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기술을 뽐내는, 보여주기 위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스노보드에서도 여러 종목들이 있지만, 대부분 많은 기술들을 익혀 누가 더 멋있는 자세로 라이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스피드를 측정하는 방식의 시간어택 방법의 종목도 있지만, 사실 바른 자세로 라이딩을 했을 때 시간도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멋있는 자세로 멋진 라이딩을 보여주기 위해 스노보드를 탄다.
스포츠를 즐겨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골프도 제대로 된 자세로 치지 않으면 조금의 유격에도 공의 방향이 크게 틀어진다던지, 잘못된 자세로 계속 운동을 지속한다면 부상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더구나 보이는 스포츠, 피겨 스케이팅 이라던지, 리본 체조 같은 스포츠도 그렇지 않은가. 보이는 퍼포먼스 적인 부분이 많은 스포츠에서는 정확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스노보드도 이중 하나다. 스노보드를 타고 점프대에서 점프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정확한 타이밍과 정확한 속도, 그리고 정확한 자세로 점프를 했을 때 두 발로 정확하게 착지할 수 있다. 만약 잘못된 자세와 이상한 타이밍에 점프를 하게 되면, 올바른 착지를 할 수 없어지고 머리나 등으로 착지하게 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만큼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라이딩을 할 때 서로 영상을 찍어서 자신의 자세를 매번 체크하며 라이딩을 한다. 내가 타는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할 길은 영상 촬영 밖에 없다. 느낌으로만은 정확하지 않다. 나는 늘 똑같이 라이딩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매번 조금씩 디테일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슬로프의 설질의 형태, 온도와 습도에 따라, 나의 컨디션 등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라이딩에 많은 지장을 준다. 한 번은 내가 정말 라이딩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스노보드를 타는 친구들의 표정이 이상할 때가 있다. 그럼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보곤 하는데, 정말 이상하리만치 자세가 망가져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타면서 나는 느낄 수가 없다. 대충은 알 수 있어도 정확하진 않다. 내가 프로 선수도 아니고 그저 초보자 강습 자격이 있는 동호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느 지점에서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했었던 적이 있다. 나는 돈을 내고 강습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내가 같이 보드를 타는 친구들은 전부다 강사였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지 않더라도 모두 흔쾌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유료 강습이 아닌지라 세세한 스킬 까진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이런 귀동냥으로는 스킬이 늘지 않았다. 실력의 정체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돈을 주고 배워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럴 때 한 스노보드 강사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가 그동안 탔던 방법 말고 전혀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봐.
항상 타는 느낌이 같다면 그건 잘못 타고 있는 거야"
라고 말이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스킬을 레벨 업 하고 싶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이렇게 타면 이상한데, 안될 것 같은데 하는 방법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일 익숙한 느낌으로 타고 있다면, 그건 잘못 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뭔가 이거 아닌 거 같은데 할 때 정확한 자세가 나올지도 모른다. 특히 내가 주로 타는 스노보드의 기술은 카빙이라는 라이딩 기술인데, 슬로프에서 거의 누워서 슬로프의 눈을 옷소매로 쓸면서 타는 라이딩 방식이다. 거의 눈 위에서 누워서 라이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방법은 굉장히 아이러니 한 방법으로 라이딩을 하게 되는데, 보이는 것은 내가 오른쪽으로 가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기울이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오른쪽으로 가고 싶을 때 왼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오른쪽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을 때 오른쪽으로 무게 중심을 둬버리면 그냥 오른쪽으로 넘어지게 되어있다. 과학은 잘 모르지만 관성의 법칙 같은 것이다. 원을 돌릴 때 바깥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려면 오히려 안쪽에 힘을 두어야 튕겨나가지 않고 원을 돌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원리랑 비슷하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보기에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으니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무언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을 때 우리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이게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살아보고,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의외의 것들을 시도하다 보면, 정답이 나오기도 한다. 무언가 다르게 살고 싶다면 실제로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살아봐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강습을 할 정도로 스노보드 라이딩 실력이 좋은데 그다음 단계의 라이딩을 하고 싶다면, 이전의 라이딩 방식을 철저히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이렇게 했었는데 맞았어 이 방법을 계속 고수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그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의 방향에 정답이 있을 수 있다. 몸에 익숙한 방법을 버리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보는 것 그래야 정체된 나를 깨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고수가 왜 멋지고 대단하게 보일까. 고수는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마도 편견을 깨고 여러 가지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했던 사람들이 고수가 된 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로 싶은 본능 때문에 기존의 살아오던 패턴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삶은 한 갈래로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스노보드를 잘 타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모두 라이딩하는 스킬이 다르고 루틴이 다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 다르다. 인생이 정체된 채로 흘러가고 있다면, 어느 수준에서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 이전까지는 맞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스타일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을 전부 버리는 일일 테니까. 그래서 가진 것들을 버릴 수 없어서, 새로운 시도조차 안 하고 그저 상상 속에서 이건 아닐 거야라고 생각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 하지 않나.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성공의 길은 여러 갈래이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그런 삶의 기술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테니까.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그 이상의 것을 얻기가 힘들다. 오늘은 완전히 새롭게 살아봐야겠는데라고 할 때 새로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