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오래 참은 만큼 더 깊은 바다를 볼 수 있다.

보홀에서 프리다이빙 배우며 느낀 것들

by 양양이

다이버의 성지라는 필리핀 보홀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하던 중 프리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러온 무리들과 어쩌다 며칠을 동반하게 되었다. 함께 여행을 온 일행의 친구가 프리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러 온 것이었다. 나는 공기통을 메고 바다로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은 있지만, 프리 다이빙은 해본 적이 없었다. 늘 멋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무 장비 없이 맨몸으로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 인어처럼 헤엄치는 그들을 보며 늘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뜻 도전해 볼 용기는 없었다. 첫째로 숨을 길게 참을 자신이 없었고, 두번째로는 바다 속 깊이 들어갔다가 그대로 바다에 빠져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행의 전부가 프리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니 의도치 않았지만 나 역시 자연스럽게 프리다이빙을 배우게 되었다. 남들은 비싼 돈을 주고 강습을 받기도 하는데,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지만 누군가 무료로 알려준다고 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강사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배워 보기로 했다. 하지만 배우기에 앞서 프리다이버들을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돌고래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숨을 오래 참지?' 라는 생각이었다. 강사님께 말하니 약식이었지만 '프리다이빙 춤 참는 법'을 가장 먼저 알려 주셨다. 그 숨 참는 법에는 실로 놀라운 비법이 숨어 있었다.


처음 강사님은 나에게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다. "저는 한 30초? 정도 참을 것 같은 데요"라고 대답했다. 강사님은 그저 웃으며 "그럼 한번 해볼까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프리다이빙 고글과 스노클(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입에 물고 숨을 쉬는 긴 대롱처럼 생긴 장비)을 착용하고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물이 침대라고 생각하고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세요.

아주 편안하게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숨을 쉽니다"


나는 몸에 힘을 다 풀고서 아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둥둥 떠있었다. 심지어 너무 편안해서 잠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몸이 편안해지니 마음도 차분해졌다. 마치 요가를 하며 명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을 물속에서 하는 요가라고 하기도 한다.


호흡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마지막으로 깊게 숨을 뱉고, 들이쉬면서 스노클을 입에서 떼고 평화롭게 숨을 참아본다. 물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주 고요하다. 오로지 나의 내면의 소리만 들릴 뿐이다. 온 바다가 고요하고 푹신한 침대가 된 기분이었다. 마음은 너무나 평온하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이 세상엔 오로지 물 속에 둥둥 떠있는 나만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숨 참기는 한계에 다다르고 물 표면 밖으로 나와서 가쁜 숨을 헐떡였다. 깊고 크게 내쉬고 들이쉬는 것을 반복했다.


"1분 15분 정도 참았어요!

처음에 30초 밖에 참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때요?

꽤 오래 참았죠?"


강사님이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경험이었다. 물속에서도 이렇게 평온함을 느낄 수 있구나, 그리고 숨을 쉬지 않아도 웬만큼은 참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완전히 프리다이빙에 매료되기 충분했다. 사람들이 왜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진정한 마음의 평온이라는게 명상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나는 물속에서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는데 아주 평온한 마음속에서는 살기위한 발길질은 필요가 없었다. 마치 물고기라도 된 듯 편안했다.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숨을 쉬어야겠다고 의식 하는 순간, 모든 평온함이 깨지고 숨을 참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마음속에 다급함과 위기감이 실제 몸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곧 심장박동을 빠르게 뛰게 해 에너지 효율을 떨어 트려 버린다. 그래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프리다이빙의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프리다이빙은 등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자신이 인내하고 참아낸 만큼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여준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의 풍경은 물 위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달랐다. 물고기의 색깔도 형형 색색 모두 다르게 보였다. 오로지 내가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 딱 그 만큼의 광경을 보여준다. 더 인내하고 참아내는 사람에게 반드시 더 좋은 결과로 보답하는 것 같았다. 보홀을 계기로 올 여름 나는 꾸준히 깊이가 꽤 있는 수영장에 가서 프리다이빙을 연습했다. 다음번에는 꼭 레벨이라도 따서 더 깊은 바닷속을 맨몸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물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물속에서는 살 수가 없는데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니. 숨을 쉬지 못하고, 아무 소리가 들리 않고 조용하니 온전히 살기 위해 나 자신에게만 더욱 집중할 수가 있다. 그것이 오히려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인간의 한 습성이지 않을까. 살기위해 숨을 오히려 참아내는 것. 그 고요함에서 진정한 평온함을 느꼈다.


우리의 삶도 아마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진 않을까. 삶이라는 바다에서 우리는 화를 내고, 슬프고, 짜증을 내고, 분노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어려가지 폭발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삶의 위협을 느끼고 허덕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숨을 쉬어야겠다고 느낀 순간,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위험해지는 것 처럼 말이다.


아마도 진정한 삶은 마음 속 평온함을 지키는데 있는 것이지 싶다. 삶의 힘과 긴장을 풀고 스스로에게 집중 할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 올 것이다. 그리고 그 평온함은 분명 더 깊고 고요한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해 줄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란 늘 고요속에서 자신에게 되묻고 깊게 사색한 다음에라야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바다의 깊은 아름다움을 위해 평온히 숨을 고르는 프리다이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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