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뺄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다.

스포츠를 잘하는 사람은 몸에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다.

by 양양이

나는 여러 가지 운동을 했다. 스노보드, 러닝, 로드사이클, 등산, 수영, 배드민턴, 볼링, 서핑 등등 한 가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계절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살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 할수록 비슷한 과정과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깨달았다. 대부분 초보자는 운동을 할 때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운동을 잘하는 고수가 될수록 힘을 뺄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하며 운동을 하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것이 확실히 어렵다. 딱 힘을 주어야 할 때만 적재적소에 힘을 주고, 대부분은 근육의 긴장을 풀고 최대한 유연한 자세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상을 덜 입기도 하고, 근육을 풀어주어야 정확한 자세가 만들어지기도 하며, 계속 힘을 주고 운동하면 피로도가 상당히 상승하고, 몸이 뻣뻣해져 사용하고 싶은 근육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갓난아기가 근육과 살이 말랑말랑해 같이 넘어져도 어른들보다 덜 다치는 것과 같다. 뼈가 유연하고 근육이 많이 없어서 힘이 별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헬스를 할 때도 힘을 주고 싶은 부분에 집중해서 주어야 한다. 나한테는 스쿼트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무릎에 힘을 들이지 않고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만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잘못된 자세로 하다가 무릎 연골이 상하기도 했다. 특히 스크린 야구나, 포켓볼을 할 때도 그런 느낌을 자주 느낀다. 힘을 빼고 있다가, 스틱이 공에 맞는 그 순간, 순간적으로 그곳에 힘을 집중에 타격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나는 딱밤도 잘 못 때린다. 힘을 풀고 있다가 딱밤을 내리치는 순간 힘을 주어야 세게 때릴 수 있는데, 힘을 빼고 있다가 순식간에 집중시키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힘을 빼고 넘어져야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유도나 주짓수 운동에서 낙법을 배우기도 한다. 한 번은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어깨 탈골이 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스노보드도 넘어질 때 낙법까진 아니더라도 미리 대비하고 몸에 힘을 빼 슬라이딩해서 넘어져야 다치지 않는다.


힘을 뺀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아마도 자유자재로 힘을 잘 빼는 사람이 고수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과연 그럼 삶에서 힘을 뺀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열정이 넘치던 10대 20대 시절에는 힘을 잔뜩 주고 몸을 부풀리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힘을 강하게 주고 부풀려 남들에게 보여주곤 했었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누가 누가 힘이 더 세고 강한지 줄다리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40을 앞둔 지금은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줄다리기를 서로 당기기만 해서 이길 수 없다. 세게 당기다 줄이 팽팽해졌을 때 힘을 빼버리는 것이야 말로 줄다기를 이길 수 있는 한 가지의 스킬이 되기도 한다. 진짜 강한 사람은 힘을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고,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그저 보이는 것으로만 사람을 판단할 수 없어진다. 이 사람이 어떤 힘을 숨기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인척 연기 한다. 그래서 항상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늘 가진 것이 부족한 사람이 힘을 과시하고 부풀리기 때문에 사실 눈에 뻔히 보이는 사람들은 위험하지가 않다. 오히려 조용한 고수가 진짜다. 무협지 같은 곳에서도 진정한 고수는 제일 약해 보이는 노인이거나, 키가 작은 사람이거나 하지 않나. 쿵푸팬더에 가장 고수로 나오는 사부님이 작은 레서펜더인 것처럼.


무언가 욕심이 나고, 마음이 평화롭지 않고, 악한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남을 판단하고 비판하거나, 마음의 결핍이 드러나는 순간에 우리는 힘을 뺄 수가 없다.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마음의 힘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그럴 때는 아무리 평화로운 척 연기를 하려고 해도, 사실은 다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나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 느낌과 촉이 곤두선다. 그럼 그런 것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다 전달되기 마련이다. 감각이 발달된 우리는 그래서 쎄함을 감지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상대방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100%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예수나, 부처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힘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 버린다. 사람마다 발작 버튼이 하나씩은 마음속에 있지 않은가.


인생에서 불필요한 일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재적소에 힘을 주어야 할 때만 준다는 것이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늘 힘을 꽉 주고 살아가는 것은 스포츠에서도 그렇듯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좋지 못한 것도 없고,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는 말이다. 힘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불필요한 마음들은 놓으면서, 그리고 꼭 필요한 마음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 뜨겁고 안전하게 지키면서 말이다. 삶이란 이런 이치를 깨닫기 위한 일련의 수련 과정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무림의 고수는 가장 조용하고, 낮은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삶이란 무림에서 나는 어느 정도 수련된 사람일까. 과연 무례한 사람들 앞에서 쉽게 발작버튼을 눌리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기 쉬운 세상에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일까. 정말 강한 자 앞에서 강하고, 약한 자 앞에서 약할 수 있을까. 힘을 유연하게 빼고, 삶을 즐길 수 있을까. 삶이란 무림에서 나는 어느 정도 수련된 사람인지 한 번씩 되짚어 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5화숨을 오래 참은 만큼 더 깊은 바다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