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간 떨어질 뻔한 아침

목줄 풀린 대형견과의 조우

by 이일삼


강아지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지막 골목으로 들어서니 목줄이 풀린 대형견 두 마리가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30kg은 훌쩍 넘어 보이는 엄청난 체구의 골든 레트리버와 하얀 진돗개가 화단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니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견주로 보이는 여성분이 목줄을 들고 서있었다.


그중 진돗개가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에게 달려오는 저 진돗개가 반가움의 표현을 하려는 사교성 좋은 개인지, 자신보다 작은 강아지만 보면 공격을 하려 달려드는 개인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까? 반겨줘야 할까? 아니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겁을 줘서 쫓아내야 할까? 만일 공격을 하려 한다면 때려서라도 우리 강아지에게서 분리시켜야 할까? 아니 때린다고 한 들 분리 시킬 수나 있겠으며 제압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멍하니 서있는 주인공처럼.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아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30kg이 넘는 체구에서 뿜어지는 압도적인 공포감. 분명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개는 웃는 표정이 있다.) 저 웃는 얼굴이 순간 돌변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뉴스로만 보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진돗개가 우리에게 다 도착하고 나서야 급하게 몸으로 우리 강아지에게 접근할 수 없게끔 막았다. 다행히도 공격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고,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기분 좋게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뒤늦게 따라온 골든 레트리버도 우리 주변을 돌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 순간적으로 돌변할 상황을 고려해,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로 우리 강아지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몸으로 막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멀리서 견주분이 뛰어왔다.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목줄을 채웠다.


순간 울컥함이 올라와 “목줄을 풀어두시면 어떡합니까!” 하고 큰소리를 내었다. 여전히 견주분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없을 시간에 널찍한 공터에서 강아지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것이 다름 아닌 30kg 대형견을,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풀어놓은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어떡할 것이며,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견주분도 충분히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도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그냥 강아지를 번쩍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참 간 떨어질 뻔한 아침이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5화오늘은 조금 슬픈 하루가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