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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슬픈 하루가 될 것 같아.

노화의 초입에서 부조리함을 외치다.

by 이일삼


오늘 아침의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로션을 바르다가 손목이 삐었다. 이제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부상을 당함에 있어서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면 억울할 일이 없다. 차라리 무거운 무게를 들다가 생긴 통증이라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하고 수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름 아닌 로션이다. 고작 로션. 일상적으로 로션을 발랐을 뿐이다. 화려한 스냅으로 마구 얼굴을 두드린 것도 아니고, 보통 아저씨들이 하듯 얼굴에 치덕치덕 로션을 올리고 적당히 문댔을 뿐이다.


전에는 한 번,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류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었고,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달리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허리가 삐끗하고 말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순간도 아니고, 달리던 도중도 아니다.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도저히 부상을 당할 만한 이유가 먼지만큼도 없는 상황에서의 부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은 스스로를 젊고 건강하다고 느끼는 내가 깨닫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점점 어떠한 요소를 삶의 카테고리에 더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그러니까, 일상 속에 이전에는 하지 않던 부자연스러움 하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상에서의 조심성' 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밥을 먹을 때도, 빨래를 널 때도, 물을 마실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심지어는 로션을 바를 때도, 이전에는 쓰지 않았을 에너지를 이제는 사용해야 할 때.


그럴 때가 되었음이 어딘가 수긍이 되면서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다. 노화의 초입에서 느끼는 이 부조리함이 언젠가는 납득이 될까?


오늘은 조금 슬픈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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