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사람에게 있다.
술을 먹고 친구와 함께 넘어졌다. 나는 턱과 주먹에 멍과 타박상이 생긴 것으로 끝이었지만, 친구는 코와 인중을 크게 다쳤다.
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사람에게 있다.
작년에는 일 년간 금주를 했었다. 그 사실이 스스로의 자기 절제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든 것 같다. 올해에는 달에 두 번으로 음주 횟수를 정해 놓았는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술을 잘 다루지 못했던 사람이란 사실을 간과했다. 예전에도 술이 들어가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무절제한 음주 습관이 있었다. 애초에 금주 기간을 가진 이유도 술을 줄이거나 조절해서 마시는 게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라리 술 자체를 삶에서 도려내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한 결과다.
스스로 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고, 만들기도 어려워 보이며, 무엇보다 만든다고 한들 그 규칙을 지켜 내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차라리 과격하더라도 원인 자체를 없애자는 것.
그런데 금주를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규칙을 가지게 되었다고 착각을 한 것 같다. 그 두 가지는 전혀 별개의 것인데 말이다. 다시 음주를 시작하고서야 규칙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시 금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번에는 규칙을 확실히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여전히 술을 잘 다룰 자신은 없으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그것만 지키면 큰 사달은 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봐야겠다.
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사람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