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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사람에게 있다.

by 이일삼

술을 먹고 친구와 함께 넘어졌다. 나는 턱과 주먹에 멍과 타박상이 생긴 것으로 끝이었지만, 친구는 코와 인중을 크게 다쳤다.


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사람에게 있다.


작년에는 일 년간 금주를 했었다. 그 사실이 스스로의 자기 절제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든 것 같다. 올해에는 달에 두 번으로 음주 횟수를 정해 놓았는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술을 잘 다루지 못했던 사람이란 사실을 간과했다. 예전에도 술이 들어가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무절제한 음주 습관이 있었다. 애초에 금주 기간을 가진 이유도 술을 줄이거나 조절해서 마시는 게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라리 술 자체를 삶에서 도려내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한 결과다.


스스로 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고, 만들기도 어려워 보이며, 무엇보다 만든다고 한들 그 규칙을 지켜 내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차라리 과격하더라도 원인 자체를 없애자는 것.


그런데 금주를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규칙을 가지게 되었다고 착각을 한 것 같다. 그 두 가지는 전혀 별개의 것인데 말이다. 다시 음주를 시작하고서야 규칙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시 금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번에는 규칙을 확실히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여전히 술을 잘 다룰 자신은 없으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그것만 지키면 큰 사달은 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봐야겠다.


술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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