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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의 독백

by 이일삼

날이 춥다. 웬만하면 밖에 나가야 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날씨다.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방안의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이불의 대비가 극명할수록 이불 밖으로 빠져나가는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지금 이 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진다.


이런 날에는 왠지 꿈도 많이 꾼다. 꿈은 또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일어난 직후에 곧바로 다시 잠에 들어 꿈을 연결시키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날도 많다.


씻는 시간도 길어진다. 따뜻한 물을 머리부터 맞고 있으면 목 뒷덜미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어느새 씻는 건 뒷전이 되고, 욕실이 증기로 가득해질 때까지 따뜻한 물을 계속 맞고 있게 된다.


보일러 틀어진 방바닥에는 웬만하면 눕지 않는 편이 좋다. 까딱했다간 정신을 잃고 하루 종일 뒹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출근이나 등교 같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일을 앞두고 있다면 절대로 바닥에 눕지 않길 바란다.


이런 날에는 어묵 장사를 하고 싶어진다. 돈도 많이 벌겠지만, 어묵 국물을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이지만 어묵 국물에는 '추위 저항'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날에는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 놓은 바닥에 두꺼운 이불 깔고 귤 까먹으면서 만화책이나 하루 종일 보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딱 일주일만 그 시절로 보내주면 진짜 야무지게 즐기고 올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날씨가 춥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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