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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Jun 20. 2024

아이보다 제가 더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다시 새벽에 글을 씁니다 6

지난 토요일 아침, 새벽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도 이어져서 쏟아지고 있었다.


"도서관에 그 동화책이 있어! 빨리 가서 빌려야지!"


"비가 저렇게 오는데?"


"그럼 누가 빌려가면 어떡해? 요즘 인기책이라 말이야."


자, 여기까지 대화를 보면 왠지 파란 글씨가 아이일 것 같겠지만 반대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인기 동화책을 보고 급 흥분한 나머지 나는 토요일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좋은 책은 사 보는 게 최고이지만 그러려면 아마 도서 구입으로 파산을 맞이할지 모르겠다. 요즘 벌이가 부족해서 작년보다 많은 참을 인을 새기고 자제하는 중인데. 정말 읽고 싶었던 동화책이 대출가능한 상태로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이가 급하게 아빠를 불렀다. 


"아빠. 엄마 좀 데려다줘!"


아이의 한 마디에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씌고 준비하는 남편.


역시 든든한 우리 딸.


"고마워. 그런데 너도 같이 갈래?"


"아니, 엄마 혼자 다녀와! 난 엄마 아빠 없을 때 티브이 볼 거야! 아빠한텐 비밀이야!"


아이는 어릴 때부터 저랬다.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책 읽는 환경에 노출시키자는 전략을 짜고 몇 달을 도서관 근처에서 놀고 자연스럽게 책을 만지게 하고 부담 없이 접근했지만,


정작 도서관에서 책 보자는 내 말에 항상 다리가 아프다,  오늘은 쉬고 싶다, 엄마 혼자 가라 등으로 응수했다. 


저 아이가 내 아이라서 나는 엄마표 독서를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었던 게 아닐까?  애초부터 내 아이가 책벌레였다면, 환경만 바꿔주고 부모가 조금만 노력하면 성공가능하다는 신화를 썼을지도 모른다. 


일단, 앞으로 쓰게 될 내 엄마표 독서책은 천성적으로 책과 거리가 먼 아이들을 어떻게 꼬실 수 있는지에 관한 잔머리 보고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가 커갈수록 어린 독자로서 책을 안 읽을 권리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우리 둘 사이는 아주 편해졌다. 



아이와 다르게 나는 항상 가족대출증을 돌려가며 많은 책을 빌려서 보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 독서보다 내가 좋아해서, 내가 필요해서 동화책이나 지식책(나는 어린이 지식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는다)을 빌려보고 쌓아두게 되었다. 


어제는 우연히 아이 가방 속에 읽고 싶었던 동화책이 있었다. 


"이 책 뭐야?"


"온책읽기 책이야."


"엄마,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먼저 읽어도 될까?"


"응, 다 읽고 다시 가방 속에 넣어 줘!"


"오예!"


요즘은 학교에서 온책읽기가 활성화되어 있어 저렇게 장기간으로 책을 빌려주고 읽게 한다. 그래서 가끔 아이 가방을 보면 내가 읽고 싶었던 동화책이 들어있곤 했다. 한 번은 우리 집에 있는 책인데 대출해 온 책이 있었다. 물어보니 책 한 권 대출하기가 숙제였다고 했다.


"우리 집에 이 책 있어!"


"어, 그래?  몰랐어."


가끔 어이없는 순간도 있지만 초 5학년이 된 아이에게 작년부터는 거의 책 읽어라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 독서를 놓게 되어서 약간 불안한 것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읽겠다고 쌓아 일부가 사라지고 있었고 아이 손에 책이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냥 거기에 책이 있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읽었다는 대답이었다. 어떨 땐 나보다 더 빨리, 많이 읽었다. 


"엄마는 아직 다 못 읽었어? 난 다 읽었는데..."


그렇게 뻐기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아이가 어쨌든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었다. 그냥 내 책 읽기에 충실했는데 돌이켜보니, 아이는 그 사실에 만족했다. 엄마가 강요하지도 않고, 독자로서의 읽지 않을 권리도 인정해 주니까. 


누가 읽으라고 안 해서 편하네.

엄마는 책을 좋아하네.

우리 집에 볼 책이 좀 있네.


이런 상황이 루틴처럼 반복되다 보니 아이가 편하게 젖어드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볼 거고 빌릴 거다. 


그냥 내 책에 충실한 삶을 살 거고, 아이는 아이대로 숙제로 있는 <온책읽기>를 하겠지! 그렇게 나와 아이가 평생 독자로서 삶을 잘 살기를.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책을 싫어하지 않은 아이로 크기를 바랄 뿐이다. 



본문에 언급된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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