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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Jul 13. 2024

학교 밖 교사 이야기 11

순필(순수하게 글쓰는) 시간이 필요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그래서 혼공 시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글을 쓰는 시간, 순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절감합니다. 


'아! 내가 지금 미미하게 글을 쓰는 건 순필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서 그렇구나!'


그거였어요.


오랫동안 작법서를 읽고, 비싼 글쓰기 강좌를 들어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못 느꼈는데. 결국은 돌아 돌아 기본기로 오네요.


지금 쓰는 사람이 작가!

그 말은 진리였어요.




퇴직 후, 


사람들이 자꾸 물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글 쓰려고 퇴직한 거죠?"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친분이 없는 분이 그렇게 물으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죠.


구구절절 퇴직 사유를 말하기도 번거롭고 스스로 위안도 안 되는 상황이라.


하지만 정말인지 나 스스로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 그만둔 거야?'라고 자문할 때 고개를 절레 흔들게 됩니다. 


제 주변 작가님 중에 책을 여러 권 내고 편집자가 같이 책 내자며 절절하게 메일을 보내게 만드는 분도(그만큼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이자 다작의 작가이기도 한 분들)


늘 밥벌이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래 하던 일 번역 일로, 강사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감히 전업 작가의 꿈은 꾸지 못하고 그저 예전보다는 조금 더 쓰겠지! 잘 쓰겠지! 열심히 쓰겠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어요.


현재 퇴직 4개월 차, 바쁜 학교 일상 속에서도 네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정작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 저는 권도 출간하지 못했어요. 4개월 동안 권의 책도, 단편 동화 편도, 구상한 소설의 매듭도 짓지 못한 채 이렇게 살아가는 건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고 있어요'라는 변명 따윈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된다는 걸. (거짓말 하지 마!)


며칠 전부터 순필 시간을 체크하고 있어요. 


결과는 처참하고 4개월 동안 글을 쓰고 있는지 알았어요. 하루 30분 이상 작업하는 글도 없는 날을 보며 '네가 쓰는 사람 맞아?'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마다 글을 쓰는 루틴이 다르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의 루틴을 훔쳐보면 어쨌든 순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였어요.


써야 글이 된다는 자명한 진리 앞에서


앞으로 순필 시간을 더 늘리는 쪽으로 꾸준히 20매 쓰기 쪽으로 글 쓰는 루틴을 잡아야겠어요. 이러다가 전업 작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죠.


제가 20년 차에 퇴직을 할 줄 몰랐던 것처럼.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제가 강사가 몰랐던 것처럼.


일단 주사위를 던지고 원하는 지점까지 걸어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겠죠. 그게 삶을 살아가는 재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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