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꿈샘 Sep 19. 2024

문해력 문제집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문해력 향상은 온전한 책 읽기로!

서점에 가면 늘 초등 문해력 문제집을 살펴보곤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낮아지다 보니, 반대로 문해력 문제집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지고 양도 많아졌죠. 

그런 문제집을 볼 때마다 잠시 생각이 스칩니다.


"저걸 풀면 우리 아이 문해력이 좋아지겠지!"


어느새 마음에 묘한 안도감과 희망이 생깁니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해력은 눈에 보이듯 측정하기 어려워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줄넘기를 처음 배울 때는 매일 조금씩 늘어가는 횟수로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책을 잘 읽는지 아닌지는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읽어보라고 시킨 후, 유창하게 읽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점점 자라면서 책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정말 독서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눈알만 움직이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불안감이 커질수록 문제집에 의지하게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풀어!"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해주면 마음이 한결 놓이죠. 마치 그만큼 아이의 실력이 늘 것 같은 희망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문제집을 푸는 것만으로 문해력이 향상될까요?
만약 아니라면, 왜 우리는 문제집을 풀게 할까요?
실제로 서점에서 문해력 문제집을 사서 온 제 자신에게도 던진 질문입니다.


저는 문해력 문제집이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문해력 전문 강사로서 제가 문해력 문제집을 사서 연구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이유는 바로 강의 중에 받은 질문들 때문입니다. 저는 강의 후, 질문에 대한 답이 부족했다 싶으면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공부합니다.

다음은 강의 중에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책을 안 읽어서 문해력 문제집을 풀리는데, 이제 다 풀었어요. 다음 단계를 풀려야 할까요?"
"강사님, 어떤 문해력 문제집이 좋은가요?"
"친구는 C단계를 풀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A단계를 풀고 있어요. 우리 아이 문해력이 낮은 걸까요?"


이런 현실적인 질문들에 대해 명확하면서도 핵심적인 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문해력 문제집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무엇이 우선인지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문해력 향상의 기본은 문제집 풀이가 아니라 온전한 책 읽기입니다.
온전한 책 읽기야말로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하고, 그 맥락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며 사고력을 키우는 활동이죠.


둘째, 그럼 문제집은 언제 도움이 될까요? 

문제집은 보조재일 뿐입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음식을 챙겨 먹듯이, 균형 잡힌 식사가 먼저고 비타민제는 그다음이잖아요? 문제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충분히 읽은 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비타민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선행 학습을 위해 문제집을 풀게 하지 마세요.

제가 친한 분에게 특정 문해력 문제집을 권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아이는 독서량이 충분해 그 문제집이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몇 개월 후 그분이 전화를 주셨어요.

"선생님, 3, 4, 5단계까지 다 풀었어요. 이제 6단계 할까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3학년 아이가 3단계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이미 6학년 수준의 문제집을 선행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해 주세요. 3학년인데 6학년 수준의 문제를 푸는 건 무리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문제집을 추천할 때 선행은 하지 말라는 말을 꼭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문해력 향상의 핵심은 책을 잘 읽고,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족 내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꾸준히 즐겁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이에게 시간이 없다고 문제집을 풀리면, 결국 책 읽을 시간이 더 없어집니다. 그게 바로 문해력 저하의 악순환이죠.

따라서 무엇이 우선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전 08화 주제 독서로 넓고 깊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