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강한 아이란?
읽기에도 즐기는 게 중요해!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능력,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이라고 봅니다.
이 정의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저는 초·중·고등학교 국어 점수를 위해 문해력을 길러야 하는 말은 상대적으로 시시하게 느껴졌습니다.
문해력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필수 기술이라고 봅니다. 어찌 보면 삶의 매 단계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고, 다시 배울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책을 싫어하고 글쓰기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 문해력은 포기해야 하나요?"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며칠 전, 강의 시간에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6학년 아이인데 책 읽기를 싫어해요. 이제 문해력은 포기해야겠죠? 너무 늦었어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독서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건 없습니다. 약간의 수월한 시기는 있겠지요! 그러니 아이가 지금 책을 싫어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서서히 같이 책을 읽고 시도해 보세요. "
다음 질문이 있어서 자세한 말씀을 못 드렸지만 문해력 강사로서 앞에 서 있는 저도 사실은 늦깎이 책쟁이었답니다.
삶의 변곡점 앞에서 어느 순간, 책을 통해 꿈도 이루고 잘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서는 순간(그래서 제 별칭이 책꿈샘입니다. 책으로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선생님)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미친 듯 책을 읽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자녀가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다니엘 페다크가 말한 독자로서의 권리를 떠올리며 아이에게 적용해 보세요
"독자로서 책을 읽지 않을 권리가 너에게도 있단다."
긴 호흡으로 아이를 바라 보세요
요즘 문해력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독서에도 선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휘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한자 교육은 지금 해도 될까요?"
"아이가 몇 학년인가요?"
"7살입니다."
7살부터 한자교육이라니. 저는 조금 놀라워서 지인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아주 태연하게 우리 아이도 이미 7살 때 유치원에서 한자를 배웠으며 심지어 급수도 딴다고 자랑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이가 한자를 잘하냐고 다시 물었더니 모두 까먹었다며 씁쓸한 뒷말을 전했습니다.
"글을 읽고 문단 요약이 안 돼요.(2학년)"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게 하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1학년)"
"아이 친구는 0작 3단계를 푸는데 제 아이는 아직 1단계입니다. (1학년)"
조금 걱정이 됩니다.
뭐가 이렇게 급해서 아이들의 발달 수준보다 능력보다, 제시된 수준보다 더 많은 것을 하라고 강요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요?
문해력이 강한 아이로 키운다는 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잘할 수 있게 키우는 게 아닙니다.
문해력이 강한 아이는
그 또래의 뇌 발달 단계에 맞게, 교육 단계에 맞게
적기로 잘 따라가는 것입니다.
누구와 견주어 볼 게 아니라
내 아이에 처한 환경과 관심사와 흥미와 능력을 보며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 아는 말처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그 말을 새겨 들어야 할 때입니다.
즐길 수 있는 독서의 핵심은
매일 억지로, 강제로 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부모와 함께 읽는 문화, 가족 독서 문화, 아침 독서 운동과 같은 학교 독서 문화, 9월 독서의 달과 같은
책 축제 문화... 가 더 많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