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사랑이니까

<나의 아지트, 너의 이야기>

by 나은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책과 함께 찾아오시는 손님이 있어요.

언제나 가운데 그 자리, 고소한 바닐라클라우드를 주문하시죠.

늘 진중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계셔서
저는 재홍님을 글 쓰는 작가님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저도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재홍님과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서야 재홍님이 중환자실 간호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작가와 간호사.


낯선 두 가지의 조합이 조금은 의외였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낮에는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밤에는 마음을 돌보는 글도 쓰는 사람.
그런 재홍님의 모습은 언제나 부드럽고 건강한 기운을 전해주었어요.


‘건강하다’는 건 단순히 몸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마음과 삶을 어떻게 꾸려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구나.

재홍님을 보며 건강을 배웠습니다.


재홍님은 정말 알아주는 갓생러, 런친자인데요,
이야기하다 보면 저도 하고 싶은 게 생기고, 막 달리고 싶어지더라고요.
누군가의 동력이 된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오늘 누구의 힘으로 살고 있나요? 아니면 누구에게 동력이 되어주고 있나요?

늘 저의 동력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께 다양하게 가닿을게요.


나지트 드림





Q. 안녕!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응급 중환자실 간호사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김재홍이야.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병원에서 독서모임도 하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짧게 산문도 쓰고 있어. 최근에는 러닝에 빠져서 주위 사람들이 나를 ‘런친자’라고 부르기도 해. 시도 때도 없이 뛰고 있거든.


사람을 좋아해. 혼자 보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 그들과 밥을 먹고 무언가를 얘기하고 어딘가로 떠나는 시간들이 소중해. 비슷한 맥락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때 느끼는 뿌듯함이 좋아. 마치 내가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된 것 같거든. 그 힘으로 간호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모든 사랑을 좋아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 ‘결국에는 사랑이니까’, ‘그것이 사랑이니까’ 같은 장난 식의 말들인데, 반은 진심이야. 결국에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믿고 있어. 작은 균열로도 금이 가고,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고 파사삭대며 부서지는 게 사랑이지만, 하나의 이유로 시작해서 모든 것의 까닭이 되니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 늘 후회하고 자조하면서도, 정작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아끼게 되니까. 또 어떤 날은 ‘사랑해’라는 말이 내가 가진 사랑을 전부 다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사랑은 참 복잡하면서 단순하고 어지럽고 이상해서 좋은 것 같아.




Q. 재홍에게 좋은 관계란 뭐야?


그런 말 있잖아. 새벽 편의점 불편한 플라스틱 의자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는 말?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부질없고 시답잖은 대화가 내게 큰 위안이 될 때가 많았거든. 그런 얘기들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좋아. 처음 보거나 어색한 사이라면 해야 할 말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 그럴 때면 약간 피곤하긴 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좋은 관계는 체육복 차림과 플라스틱 의자와 좋아하는 맥주 한 캔으로 이루어진 것 아닐까?




Q. 간호사 말고도 작가, 러너 등 다양한 이름이 있잖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뭐야?


죄책감인 것 같아. 아이러니하지. 한창 우울했던 시기에 바깥에 나가지 않고 방에 누워서 휴대폰만 보고 있었거든. 봤던 유튜브를 또 보고, SNS 피드를 끝도 없이 새로고침하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 어느 순간 ‘지금 뭐 하고 있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대로 가만히 있기에는 나한테 미안했어. 밖에 나가서 땀을 흘리며 뛰니까 좀 낫더라고. 그 뒤로는 일하면서 잡생각이 들면 러닝하고, 정리가 되면 노트북을 열어서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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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나를 인정해 준 순간이 있다면?


하프 마라톤 완주! 러닝을 시작하면서 가장 오래 뛴 기록이 14km였거든. 한 번 경신해 보자, 해서 저번 달에 무턱대고 한강 서울 하프 마라톤을 신청했어. 그런데 대회 전에는 목에 담이 오고 발도 한 번 다쳐서 20km는커녕 15km도 못 뛴 상태였어. 전날에는 긴장돼서 잠도 못 잤고.


근데 당일날 일어났는데 날씨가 너무 좋더라고. 아침에 바나나도 술술 잘 넘어가고. 근거 없이 자신감이 차 올라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원래 목표는 21km 5분 30초 페이스였는데, 5분 20초로 10km를 달리고, 15km를 통과해도 괜찮은 거야! 결국에 페이스를 더 올려서 결국 1시간 48분으로 도착했어. 나, 생각보다 실전에 강하구나. 칭찬 도장을 쾅쾅 찍어주고 싶은 하루였지.






Q. 앞으로 재홍이 쓰고 싶은 이야기는 뭐야?


산문을 계속 쓰고 있는데, 소설을 써 보고 싶어. 산문은 일기를 쓰듯 서랍장에서 툭툭 꺼내어 쓰는 느낌이거든. 근데 긴 글, 특히 소설은 아예 나만의 서랍장을 만든다는 느낌? 인물의 성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쌓아가는 거잖아. 그렇게 쌓인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깊은 여운이나 작은 울림이 되는 걸 보면 나도 언젠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 아직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모르지만 계속 끄적끄적 쓰다 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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