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돌봐줄게! 언제나 돌봐지는 건 나였다

나의 아지트, 너의 이야기

by 나은


세은님의 하루는 임시 보호 중인 강아지, 로운이와의 아침 산책으로 시작됩니다.

산책 후에는 유치원으로 출근해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해가 넘어갑니다.

로운이와 저녁 산책을 한 뒤, 함께 조근조근 이야기하다 보면 금세 잠들 시간입니다.


글로 적고 보니 참 꿈만 같네요.

무해하고 다정한 존재들로 가득 찬 세은님의 하루.

언제부터 이렇게 따뜻할 수 있었을까요?


언니의 봉사는 반려견 루이를 떠나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우리 아기가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 몇 주 사이 하늘나라로 가버렸죠.

루이가 떠난 뒤, 아주 오랜 시간 저희 가족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픈 강아지만 보면 그렇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유기견 보호소 봉사는, 언니의 마음을 위로하는 유일한 창구가 되어 주었고

지금은 많은 아이들의 평생 가족을 찾아준 베테랑 봉사자가 되었답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사랑의 눈동자로 바뀌던 순간들.

그리고 그 아이가 새로운 품에 안겨 떠나는 순간.

저는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플 것 같은데,

언니는 그걸 이별이 아닌 ‘디딤돌’이라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해요.

잠시 머물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곳.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토닥여 주는 그런 곳을요.

(이거 완전 나지트잖아?)

그 꿈이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오늘도 세은을 움직입니다.


세은님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랑으로 채워집니다.

누군가를 지켜주고,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사랑.

다른 의미가 더 필요할까요?


나지트 드림.



Q. 안녕!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아이와 동물, 자연을 사랑하는 세은이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 수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려. 퇴근 후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임시 보호 중인 강아지가 나를 반겨줘.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눈을 맞추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륵 녹아내리지. 겉보기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는 일터와 집, 두 공간에서 모두 소중한 무언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 아이와 강아지의 반짝반짝한 눈이 나를 바라볼 때 행복을 느껴.



Q. 강아지와 아이, 두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있다면 뭐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연약함'이야. 강아지와 아이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들이야. 물론 야생의 강아지들은 혼자서 생존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존의 영역이지 삶의 질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야. 반면, 사람의 보호 아래에 있는 반려견들은 생존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아이는 그보다 더한 존재야. 어른의 보호와 사랑이 없이는 삶의 방향조차 정하기 어려워. 아이들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보호자이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극명하게 나뉘게 돼. 사랑받으며 사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사이의 간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벌어지지. 이런 연약함이 지닌 수동성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돼. 강아지와 아이 모두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없이는 온전히 피어나기 어려운 존재들이잖아. 그런 존재들을 돌보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의미 있어.


Q. 임시보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뭐였어?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는 오랫동안 함께하던 반려견 '루이'를 암으로 떠나보냈어. 루이는 내가 중학생 때 처음 만난 아이였고,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가족 같은 존재야. 지금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았던 시절이라, 루이도 말 그대로 ’막’ 키워졌지. 혼자 오랜 시간 집에 두거나, 신문지를 둘둘 말아 바닥을 내리치며 배변훈련을 시켰던 기억이 있어.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루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고 난 다음 돌이켜보니 미안함과 후회가 마음에 오래 남았어. 길에서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고, 마음속 빈자리가 너무 컸지. 그러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였고, 동시에 내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었어.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임시 보호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시간이 내 삶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어. 봉사하면서 종종 칭찬을 듣곤 하는데, 난 아이들에게 받는 게 훨씬 많아.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행위가 주는 책임감과 돌봄의 가치, 함께하면서 느끼는 경험과 유대, 정서적 치유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켜 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평생 가족을 만나는 날이야. 함께한 시간 동안 아이가 마음을 열고 나를 신뢰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리고 그 아이가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는 순간은, 벅차오르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기분이야. 많이들 ‘헤어질 때 안 힘드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 시간을 ‘이별’이라기보다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해. 서로의 삶에 잠시 머물러준 그 시간 덕분에 아이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꼭 내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나는 다시 다음 아이를 맞이할 힘을 얻고, 아이는 더 큰 사랑을 향해 걸어가. 내 삶에 작은 발도장을 남기고 떠난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고맙고 행복해.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는 사랑이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 아이들과 강아지, 연약한 존재들을 돌보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세계를 지탱해 주는 일이야. 그런 역할을 하면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어.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듣는 모습을 바라볼 때, 또는 상처받은 강아지가 나를 믿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진짜 사랑이 뭔지를 배워. 그런 사랑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치유받는 경험이더라. 앞으로도 나는 그런 사랑을 품고 살아가고 싶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할 수 있는, 작지만 진심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잠시 머물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그런 곳 말이야. 내가 걸어온 길처럼 사랑은 늘 연약한 존재들을 중심에 두고 있었어. 그 사랑이 앞으로의 내 삶을 이끌어주는 등불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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