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많은 우리 아빠

by 떰띵두

하늘나라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우리 아빠.

오늘 아빠 생각이 문득 스며든다.

아빠는 참으로 열심히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어떨 때엔 답답하리만치 정직하여 손해를 보고

어떨 때엔 무지하리만치 성실하여 몸을 상하게도 하고

어떨 때엔 구질구질할 만큼 정이 많아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아빠는 그랬었다.

아빠는 사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노는 일에는 조금 둔하셨다는 기억이 있다.

아빠가 여행을 가시거나 관광버스를 타고 일상을 떠났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렇게 아빠는 우리 오남매를 키우는 것에 몰두하셨고, 소위 지연 학연 혈연관계의 끈이 협소했던 아빠는 오로지 열심히 발버둥 치며 살아오신 듯하다.

그런 아빠가 나는 언제나 안쓰러웠지만 존경했다.

나는 이런 내 아빠의 위대함을 자랑하고픈 마음에 성공하고자 했었다.

아빠를 떠올리면 언제나 땀 흘리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모습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빠모습에 참 많이 마음 아팠던 일이 있다.

우리 오형제 시집 장가 다 가고 손자, 손녀까지 있어 소위 말하는 이제는 조금 쉬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서, 일상을 즐기셔도 될 즈음이었지만 아빠는 여전히 초등학교 야간 당직일을 하고 계셨고 그때가 내 기억엔 아빠가 70세가 되던 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우리는 아빠의 생신축하를 위해 가든을 예약하고 모처럼 야외로 가족들이 총출동을 해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막내 올케는 아빠의 칠순을 축하드린다는 현수막까지 만들어 왔었다.

그때는 그랬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 칠순은 청춘이니 팔순에 팔순 잔치를 해드리겠노라 하고 칠순은 가족들끼리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웃고 떠들면서 술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우리는 다들 스스로 이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거라 지금의 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배불리 먹고 술도 한잔 되고 하니 흥이 오르고 그곳에는 우리들처럼 이런 흥 오른 자들을 위해 노래방 기계가 완비되어 있었고 음치들의 집합체였던 우리 가족은 노래방 기계에 번호를 열심히 예약해 두고는 열심히 노래를 불러재꼈고, 노래 부를 것에 제일 자신이 없던 아빠도 이 날은 한 곡조 뽑아 올리셨다..

바로

'눈물 젖은 두만강'

... ...

진짜 눈물이 난다.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눈물이 치솟아 오른다.

목 젖이 터져 나올 듯 입 안 가득 눈물이 차오른다.

음정, 박자 어느 하나 맞는 곳이라곤 없는 그 노래가 어찌 그리도 마음에 와 머무는지.

그제야 아빠의 몸놀림이 보였다.

우리 아빠가 춤을 추고 있다.

삐그덕 거리는 몸으로 마음과 달리 엇박으로 움직이는 몸놀림으로 어깨춤을 춘다.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

.

.

그날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이 날 나는 참 많이 놀랐었다.

아빠가 그동안 우리들을 위해 참!

그냥 많이도 참고

그냥 다독이고

그냥 절제하고

그렇게 살고 계셨다는 걸 말이다.

이후 나는 성공이란 것에 욕심을 내게 되었지 싶다.

이후 내 마음이 조급함의 문을 두드렸지 싶다.

그런데 아빠는 팔순 잔치상을 맞지 못하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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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흥 많은 우리 아빠를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

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그리고 미처 철들지 못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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