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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Nov 02. 2020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POST-MORTEM & PRE-MORTEM

지난주 영업 1팀 중 큰 거래처가 경쟁사에게 넘어갔다. 해당 거래처는 영업 1팀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던 우량 거래처였으며 7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다. 거래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으나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이 일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거래처와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몇 달 전부터 고객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했고 고객은 우리와의 만남을 왠지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은 낌새가 들었다. 마지막 협상 미팅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계약 조건을 걸었고 우리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우리와 거래를 끊어내기 위해서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지 확증은 없다. 다만 돌아가는 정세를 봤을 때 계약 만료 전부터 따로 거래처와 내통하는 경쟁사에서 미리 손을 써놓은 게 아닌가 싶다. 경쟁사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우리의 패배이다. 큰 거래처가 떨어져 나갔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피드백이다. 사후부검(POST-MORTEM)을 해야 할 때이다. 이 거래처가 하나의 심볼로서 패배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번 실패가 하나의 심볼(또는 흉터)로 남아 계속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POST(-후) + MORTEM(죽음)


떨어져 나간 거래처 사후부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는,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냉철한 피드백을 통해 왜 우리는 패배를 하였고 누구의 책임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가림으로 문제의 원인은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 이런 피드백 과정은 책임을 남 탓으로 돌려 회피하거나 담당 영업 사원에게 페널티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아픈 패배를 통해 배운 교훈과 드러난 미흡한 부분들을 통해 고쳐야 할 점들을 알아내고 개선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업무 매뉴얼과 조직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기 위한 과정이다. 실수와 실패는 용납되지만 피드백과 성장이 없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 



사후부검을 진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담당자부터 제삼자의 직원까지 다양한 각도의 관점과 해석이 필요하다. 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보고 문제를 어프로치 한다면 오류를 최대한 줄이고 이것은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앞으로 사전부검(PRE-MORTEM)을 하기 위해서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사후부검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면, 사전부검은 소를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틈 없이 고치는 것과 비슷하다. 사전부검은 미리 실패를 예측해보고 전략을 세우기 위한 피드백이다. 사후부검 보다 철저한 사전부검이 더 중요하다. 완벽한 사전부검이 있다면 사후부검을 해야 할 일들이 적어질 테다. 사전부검을 통해 확실한 승리를 위한 필승법이 비즈니스 세계에선 필요하다. 이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움을 걸어야 한다는 클래식한 이치이다.



사전부검의 방법은 미래를 예측하여 실패를 해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이다. 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실패 시나리오를 나열하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본다. 이 과정 또한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잔 지성의 힘이 필요하다.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피드백은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한 핵심 사고 능력이다. 

사진 2. 14,000,601 분의 1 확률을 계산하는 닥터스트레인지



또한, 예기치 못한 실패를 최소화하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예기치 못한 실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상치 못한 실패의 대부분은 계획이나 실시 단계에서의 과실, 탐욕, 우둔, 무능의 결과이다.'. 즉, 나태함과 방탕함에서 비롯되는 실패는 예기치 못한 실패가 아니고 예정된 실패이다. 여기 내용에 감히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과도한 자신감이다. 사전부검을 잘하기 위한 마인드셋으로 '불안'한 감정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자신이 넘치면 디테일이나 예상치 못한 실패 지점을 무시해버리기 쉽다. 불안할 때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상상해볼 수 있고 불안하기 때문에 준비가 더욱 철저해질 수 있다. 






POST-MORTEM과 PRE-MORTEM은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 해석, 예측을 요구한다.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적절한 의사결정과 전략이 수립되었다면 주저 없이 실행되어야 하고 다시 피드백이 되어야 한다. 만약 전략에 대해 반대 의견을 품은 자더라도(반대 의견이 없다면 좋은 의사결정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내려진 결정에 따르고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각 구성원은 집단 지성으로 내려진 의사결정을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 팀이기 때문이다. 




표지 : https://ko.wikipedia.org/wiki/%EA%B2%80%EC%8B%9C#/media/%ED%8C%8C%EC%9D%BC:Rembrandt_-_The_Anatomy_Lesson_of_Dr_Nicolaes_Tulp.jpg

사진 1 : https://mednews.tistory.com/226

사진 2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ackystyle&logNo=221524591725&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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