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싶어서

어쩌지 #1 - 에리히 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고

by 구재


최근에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고 싶은 게 생긴 사람은 반짝인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드디어 반짝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희망을 가득 안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아, 눈앞이 깜깜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걸 다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불안이 점점 짙어졌다. 역시나 흰 도화지에 무작정 그림을 그리려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떠오르는 일을 닥치는 대로 시작했다. 바쁘게 움직이니 불안은 잠시 잦아들었다. 에리히 프롬은 “일은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진통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몸소 그 말을 체험한 셈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강박적으로 움직인 만큼, 더 격렬하게 쉬고 싶어지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불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미뤄졌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추락했다. 먹고 싶지도, 놀고 싶지도, 자고 싶지도 않은 상태. 무기력한 내가 싫어 다시 불안해지고, 불안은 또 나를 채찍질했다. 악순환이었다.


에리히 프롬은 "삶을 사랑하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서로 반대가 아니라, 결국 하나"라고 말한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자존감도 높고, 이기적이지 않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돌이켜보니 나는 나를 사랑하는 척만 했던 것 같다. 목표를 세우면 만족할 때까지 나를 괴롭혔고, 쉽게 지쳐 불타올랐다가 금세 꺼졌으며, 이런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했던 거 같다. 나의 기준과 목표만큼 일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했고,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려 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 결국 타인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리히 프롬은 이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목표가 무엇인가?


이후 나는 내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는가? (글쎄, 아닌 듯하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싶다.) 삶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의 목표를 향해 적당히 나아가자.)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책을 덮고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 한참 생각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때, 가장 큰 행복과 짜릿함을 느껴왔으니까.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 본문 중


이러한 현실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오히려 쉬워졌을지도 모른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기계나 사물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것. 이제는 인간답게 살아가기만 해도 충분히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정한 사람은 분명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 순간, 비로소 나는 내 삶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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