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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엔 너의 아들이 되고 싶어

챕터 우기

by 메론

나는 39세, 평범한 IT 회사에 다니는 아빠야. 매일 코드와 회의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지만, 네 웃음 한마디에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캠핑장에서 처음 텐트를 펼쳤던 날을 떠올려 본다. 네가 반짝이는 별을 가리키며 “아빠, 저 별은 왜 저렇게 반짝일까요?” 묻던 그 순간, 세상의 모든 답은 네 호기심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 너와 마주 앉아 강물 소리를 듣고, 불멍을 하며 감자구이를 나눠 먹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야. 책상 위 교과서 대신, 숲 속 오솔길을 누비며 풀잎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작은 연못의 물고기를 만져보며 네가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도왔지. 학교의 시험 점수 대신 ‘경험의 점수’를 열심히 쌓기를 바랐거든.


경제 교육도 미리 시작했지. 그냥 돈을 저금한다는 것이 아닌, 돈의 가치란 것부터 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너와 이야기 하였어. 네가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가게에서 장난감을 사지 않는 모습에 한번 놀랐고, 더운 날 네가 번 돈으로 친구들에게 음료수를 사준다고 했을 때 두 번 놀랐지. 돈의 가치를 어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멋졌단다.


이렇게 하나하나 네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내겐 가장 큰 기쁨이었어. 내가 학창 시절에 놓쳤던 것들을 네가 대신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수학 공식보다 별의 기운을, 암기 과목보다 자연 속 깨달음을 먼저 익히길 바랐어. 네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그 공간이 너만의 교실이 되기를, 스스로 삶을 설계하는 힘을 키우기를 원했으니까.


그래서 말하고 싶어. 다음 생엔 너의 아들이 되고 싶다고.

다음 생에 태어나면 너의 눈으로 세상을 배울 거야. 어떤 날은 네 호기심이, 어떤 날은 네 용기가 내 길잡이가 되어주겠지. 아빠가 아닌 제자로, 친구이자 동반자로, 끝없이 펼쳐진 세상을 함께 탐험하고 싶어.


사랑하는 내 아들, 너와 함께일 때 나는 진짜 나다.

다음 생에도 꼭 네 곁에서 너를 배우고, 너의 웃음에 살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아이였던 시간들을 우리, 아주 오래도록 기억하자.


by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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