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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의 기술 – 아이에게 '경제 감각'을 물려주는 법

챕터 로즈

by 메론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돈? 땅? 주식? 물론 그런 것도 좋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증여’는 바로 경제를 바라보는 감각이다. 숫자 계산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아는 아이. 나는 그런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일곱 살 아들에게 경제를 '살면서'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는 나중에 음식점 사장이 되면 소곱창처럼 비싼 거 말고 싼 음식 팔 거야. 그래야 사람들이 자주 오잖아.” 그냥 귀여운 말이라 넘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이 가격과 가치, 소비자의 필요를 고민한 결과라고 느꼈다. 일곱 살짜리 입에서 나온 이 논리가, 생각보다 더 깊었다.


어느 날은 또 이랬다. “엄마, 나 결혼하면 엄마랑 가까이 살 거야. 바다 할머니처럼 멀리 살면 자주 못 보잖아.”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엄마랑 가까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은 고민 없이 대답했다. “돈이 많아야지. 그래야 내가 고를 수 있어.” 그렇게 아이는 ‘선택의 자유’가 경제에서 온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모은 용돈을 한 번에 인형 뽑기에 써버린 날, 아들은 큰 좌절을 겪었다. 돈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보고 처음으로 ‘소중함’을 느낀 것이다. 그 이후로 아들은 용돈을 ‘저금’, ‘소비’, ‘기부’ 세 가지 통장으로 나누어 스스로 관리한다. 선택에 더 신중해졌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캠핑도 자주 간다. 자연 속에서는 돈 없이도 살아가는 경험을 한다. “엄마, 여기선 돈 없어도 되네?” 그 말은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였다. 그래서 나는 돈을 단순히 주지 않는다. ‘다루는 감각’을 길러주려 한다.


가르친다기보단, 함께 경험한다. 시장에 가서 어떤 물건을 고를지 이야기하고, “이건 할인이라 이득”, “저건 유통기한이 짧아 손해”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이 일상의 작은 판단들이 아들의 감각을 만든다. 어느 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건 싸지만 쓸데없으니까 안 사는 게 이득이야.” 그 순간, 나는 웃었다.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돈을 많이 버는 아이가 아니라,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어른이다. 돈을 쉽게 쓰지 않고, 어렵게 모으며, 신중하게 사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 그게 내가 물려주고 싶은 경제적 사고다. 주식 계좌가 아니라, 삶을 설계할 줄 아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진짜 ‘증여의 기술’이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산은,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경제를 물려준다. 언젠가는 그 아이가 또 누군가에게 삶을 설계하는 법을 전해주길 바라면서.


by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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