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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ㅁㅁㅁ Sep 26. 2022

아무도 누구든 뭐라도

1회차 주제 : 커피

mc :  안녕하세요~ 저는 뭐라도 수집가입니다. 듣고 싶은 사람도 없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없지만 굳이 굳이 질문해서 뭐라도 캐내는 게 제 인생 모토라서요. 그래서 게스트는 누구든이고요, 청취자는 아무도.. 입니다. 오늘 게스트 누구든 씨 모시겠습니다. 사실 누구든 거절하고 또 거절해서 누구든 씨가 된다고 하실 때까지 꽤나 어려움이 있었어요. 인터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든 씨 안녕하세요!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구든 : 안녕하세요! 저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커피에게 미안하네요. 일종의 비즈니스적인 관계예요. 커피의 맛도 향도도 고향도 거의 모르고요, 저는 커피가 필요해서 찾고 철저히 계산적으로 좋아한다고 봐야 해요.


mc : 계산적이라는 건 커피 가격을 말하는 건가요?


구든 : 음.. 가격은 아니고요. 저에게 커피는 약물과 다를 게 없어서 카페인 함량을 따져요. 제 컨디션이나 일의 강도에 따라 카페인 처방을 내리는 거죠. 예를 들어 카누 미니가 한 봉지에 36mg고, 원두로 내린 커피는 보통 100~150mg 정도예요. 편의점에 진열된 커피는 제품마다 카페인 함량이 표기되어 있고요. 푹 자서 일어났는데 개운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카누 한 두 봉지로 충분하기도 해요. 간혹 초각성 상태가 되고 싶거나, 되어야 하는 날을 위해 100mg 정도로 유지하기도 하는데.. 사실 요즘은 매일이 피곤해서 이*야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여기가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카페인이 220mg 정도로 높은 편이거든요.  


mc : 그러면 내성이 생기고 더 빨리 지치지 않나요?


구든 : 맞아요. 어떤 교수님이 뇌과학적 관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카페인은 잠깐 뇌를 속이는 거라고요.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이 400mg 이하고 체내 반감기는 3시간에서 10시간이라고 해서.. 그래서 사실 더 강박적으로 카페인 함량이나 마시는 시간대를 조절하는 것 같아요. 저는 되도록 오후 3시 전에만 섭취하고요, 강약 조절도 하면서 체감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해요.


mc : 커피를 마시면 각성 효과가 큰가요?


구든 : 확실히 느껴요! 뭐든 머리 써야 될 때, 커피를 마시고 안 마시고 차이가 너무 크더라고요. 카페인 없이 글을 읽으면요, 희미한 조명에 흐릿하게 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시선이 글자 표면을 따라가다가 말다가 의미를 놓치고, 다음 문장과 흐름이 툭툭 끊겨서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죠. 글과 눈과 뇌가 다 따로 노는 기분? 근데 콜드 브루를 한 잔 들이마시잖아요? 카페인이 목을 타고 온몸 세포로 퍼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체감상 5분이면 돼요. 온몸의 감각이 극적으로 살아나요. 그때 보이는 글자는, 아니, 보인다고 말하기 부족해요. 꽂혀요. 눈에, 아니 뇌에 바로 들어와요. 무슨 책을 읽어도 좋아요. 독서, 글쓰기, 창작 그게 뭐든 몇 배로 할 맛 나요! 정신적으로도 그렇지만 몸의 움직임도 영향을 받죠. 에너지의 원천이랄까, 근력 운동을 할 때 왠지 더 힘이 생기고, 등산할 때도 커피를 마셔야 더 가뿐하게 올라가져요. 아무쪼록.. 커피는 저에게 스위치고요.. 제 의식의 방에 불을 켜는 셈이죠. 눈을 뜬 거랑 진짜 의식이 깨어난 건 다르더라고요.


mc : 생산성이 극대화되는군요. 효과를 보는 만큼 의존도가 높아지겠어요.


구든 : 맞아요. 커피 없이 살 수 없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는 매일 캔커피를 마셨고요, 지금도 기억나요. 학교 매점에서 파는 조지아 캔커피였어요. 20살 이후부터는 아마, 아파서 몸져누웠을 때 말고는 하루도 안 걸렀죠. 너무 커피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서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의견이 분분해요. 카페인이 뇌의 신경 세포를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도록 돕는다고 말하는 연구와, 카페인은 우리를 잠깐 기분 좋게 하고 집중력과 수행 능력이 향상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마약에 불과하다는 연구가 공존하죠. 그래도 진짜 마약보단 괜찮겠죠. 커피로 죽는대도 아무렴 어때요. 이미 저는, 커피를 마실 때만 살아있음을 느끼는걸요.


mc :  미국에 어떤 시인이 이런 말을 남겼어요. “커피를 마실 때가 정말 좋다.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며,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다. 커피는 시간을 주지만,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 잔 더 마시기를!” 누구든 씨에게도 커피는 하루의 스위치이자 원동력이고, 각성제이면서도 생명수인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커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구든 : 커피야 안녕, 너를 알게 된 지 13년은 지난 것 같아. 우리 적어도 3000번은 넘게 만났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만날 날이 훨씬 많겠지. 지금까지 너를 지극히 수단으로만, 카페인 함량을 계산적으로 따져가며 대해왔지만, 너와의 만남을 끊지 않고, 끝까지 지속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줘. 그리고 나도 네 본연의 향과 맛, 매력을 알아가도록 노력할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곁에서, 아니 내 몸에서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는 곧 너야.      


mc : 누구든 씨 커피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한 관계 지속해 나가길 바랍니다!



의식의 방에 불을 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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