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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ug 04. 2023

관찰력과 탐색력_방탈출로 눈을 떠요

방탈출의 효능: 갇히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빗 속에서 발휘한 관찰력



"비가 너무 많이오는 데 가는 방법이 없나?"


친구의 결혼식이 끝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남편과 나는 집에 빨리 가고 싶었지만 비는 우리를 막아섰다. 우산을 써도 피할수 없는 비였다.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비는 우리를 집어삼키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비를 맞기 싫다며 툴툴 거렸다. 사람들도 모두 나가기를 두려워하며 문 앞에서 밖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눈을 좌우로 돌려 주변을 살폈다. 조금 걸어가면 되는 곳에 지하도가 보였다.



"저기 지하도까지는 걸어가보자! 금방 갈 수 있잖아."



지하도로 들어가자 이어진 길이 특별히 없었다. 지하도에서 다른 지하도 출구로만 연결되어 있었다. 역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원망스럽게도 지하도는 지하 주차장과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왠지 주차장에서 역까지 길이 있을것 같았다. 주차장에 있는 경비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혹시 여기 주차장이 역과 이어져있나요?"



경비 아저씨는 '이 녀석봐라 예리한걸?' 이라는 눈빛을 보내며 맞다고 대답하셨다. 역과 길이 이어져있는 그림이 나와있진 않지만 질문을 한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아저씨의 안내 덕에 역까지 이어진 길로 비를 맞지 않고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왠, 내가 관찰력을 발휘했으며, 주변의 NPC나(경비 아저씨) 사물을 적극 활용했다고 느꼈다. 남편은 나의 적극성을 칭찬했다. 그래서 나는 한마디 덧붙였다.



"방탈출을 자주 하다보니 관찰력이 좋아진것 같아."



내가 방탈출을 할 때마다 돈이 아깝다고 하는 남편이지만, 이번에는 군말없이 인정했다. 이런식으로 남편을 설득하다보면 언젠가 방탈출 비를 받아낼 수 있으리라!



관찰력이 필요한 장치들



방탈출을 하면 주변의 물건을 활용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를 '장치'라고 한다. 탁자 위에 물컵을 놓으면 다른 무엇이 작동한다. 책상위에 보고서를 올려놓으면 문이 열린다. 이렇게 사물을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것을 '장치'라고 한다. 장치를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찰력'이 요구된다. 자물쇠는 딱 보면 풀어야 한다를 느낄 수 있지만, 장치는 이걸 하는 게 맞는지 느낌이 가물가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치를 이용한 문제 풀이는 무엇보다 주변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그것은 '경주마'같다는 것이다. 한 가지에 집착하면 외골수 적으로 몰입하는 성향이 있다. 이 경주마 습성은 어떤 일을 우직하게 해내야 할 때는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봐야 하는 순간에는 단점이 된다. 경주마 습성 때문에 많은 부분을 손해봤다. 편의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만 보고 가다가 길에 있는 턱을 못본다. 그렇게 콰당! 하고 만다. 방탈출을 할 때도, 한 문제에만 꽂혀서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사실은 그 자물쇠 먼저 푸는게 아니라, 옆에 있는 장치를 풀었어야 했다. 방탈출에는 순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식으로 실패를 하면 굉장한 허탈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주변을 둘러 보게 되었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도저히 안 풀렸다. 알고보니 뒤에 있던 창문을 열어야 했다. 답을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나왔다. 문제가 적혀진 지문을 뒤집어보니까 답이 보였다. 이렇게 살짝 뒤로 가거나, 옆길로 새서 보다보면 풀리는 장치와 문제들이 있다. 관찰력을 발휘하면 방탈출이 잘 풀린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난 후, 사회생활에도 적용하게 되었다. 



우선 주변 사람의 변화를 눈치채게 되었다. 누가 머리를 잘랐다든지, 액세서리를 다르게 했다든지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대화의 결이 달라졌는지, 안쓰던 용어를 쓰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관찰로 가장 많이 삶의 질이 개선 된 부분은 보고의 타이밍이다. 지금 팀장님 기분이 좋아보이시는데, 바로 보고하면 술술 통과가 될 것 같은 느낌이야!를 감지하게 되었다. 



탐색으로 볼 수 있는, 이 넓은 세상



그런데 관찰도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두 가지가 있다. 내 주변에 있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는 '관찰'이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탐색'도 있다. 탐색까지 발을 뻗쳐 보았다. 외부 업체와 미팅을 할 때면 그들에게 이슈사항이 있는지 살펴본다. 뉴스나 내용을 살펴보고 가서, "이런 이슈도 있던데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화제로 대화가 술술 풀린다. 옛날의 나 같았으면 다짜고짜 경주마처럼 미팅할 주제만 이야기 했을거다. 하지만 다른 이슈들로 탐색을 하다 보니, 미팅의 분위기도 좀 더 부드러워졌다. 나의 특성 중 하나를, 외부로 눈을 돌리는 탐색으로 좀 더 상쇄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탐색을 하다 보니 세상이 넓음을 깨달았다. 평소에는 몰입하고 한 문제에 옭아 매이는 성향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괴로울 때면 그 고민에 휩싸인다. 하지만 방탈출을 하면서, 최대한 이곳 저곳을 봐야 된다는 걸 알았다. 그 후 시야가 넓어졌다. 세상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 중 나에게 맞는 문제 해결법을 찾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집대로만 하던 나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세상은 넓으니 너무 고민할 것도 아니다.



괴랄한 메일을 보내는 누군가를 보아도, '그럴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업무가 와도, 좋은 점을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혼자 해결하기 보다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을 탐색해보 게 되었다. 월급이 적은 것 같을 때 다른 제태크 방법을 찾아보는 탐색에까지 이르렀다. 좋은 주식, 이자가 높은 통장을 발견하면 내 작은 월급도 조금은 늘어날 수 있다. 이건 탐색의 힘이다. 


방탈출을 하면 관찰력과 탐색력이 좋아진다. 문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사회생활에도 적용하면,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도 비를 조금 덜 맞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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