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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09. 2023

아! 방탈출 정말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즐기고 싶은 마음

탈출 성공했어?


“탈출 성공했어?”


 방탈출을 다녀오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많이 묻는다. 방탈출은 한정된 시간 안에 탈출을 해야 되는 게임이다. 성공과 탈출로 결과가 나뉘니 성공 여부에 관심이 가는게 당연하다. 나의 방탈출 실력은 방탈출에 대한 애정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즉,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게임에서 실패를 한 후 그 질문을 들으면 약간의 멋쩍음을 가지고 실패를 고백한다. 그래도 끝까지 엔딩을 봤다고 하거나, 테마가 너무 어려웠다는 등의 변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엔딩을 봤는데 실패하는 경우는 뭘까? 방탈출 게임은 시간 내에 다 풀지 못하였는데 거의 끝까지 다 푼 경우 직원들이 배려심 차원에서 다 풀 수 있게 양해해 주시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엔딩까지 다 풀었는데 방탈출 테마에서 제공한 힌트 개수를 초과하여 힌트를 쓴 경우도 실패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가르기도 하는 힌트의 개수. 힌트를 주는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무제한으로 힌트를 써도 되는 곳, 힌트를 3번만 쓰고 탈출했을 때 탈출 성공으로 인정하는 곳 등 여러 방식이 있다. 힌트를 주는 방식도 휴대폰에 지문에 써진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 패드에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 무전기로 직원에게 물어보는 방식 등 여러 방법이 있다. 힌트도 정답까지 완전히 제공, 문제를 풀 수 있는 풀이만 제공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문제 풀이에 자신이 없던 나는 늘 ‘무제한 힌트 제공-정답까지 제공’을 선호했다. 하지만 나보다 방수가 높은 (방수가 높다는 것은 방탈출을 한 횟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가급적 힌트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낼 때 쾌감을 느끼곤 했다. 이 힌트에 대한 견해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방탈출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느 정도 의견을 맞춰두는 게 좋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나가야 되기 때문에 힌트를 쓰고 싶은 사람과 직접 풀어보고 싶은 사람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방탈출 잘하고 싶다.



“아!방탈출 정말 잘하고 싶다.”


 내가 입 밖에 자주 내던 말이다. 방탈출을 하면서 점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방탈출에 막 빠져들기 시작한 입문자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관심을 갖고 취미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잘하고' 싶어 진다. 그런데 잘하는 게 뭘까? 우선 탈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힌트를 최대한 쓰지 않고 나오는 것이다. 문제를 빠르게 잘 푸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고 난 뒤 그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전 힌트 쓰는 것에 부담 없어요, 그리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상관없어요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요."


 방탈출을 100번 이상 한 탈출 고수 친구와 게임을 할 때 들은 말이었다. 그의 말은 방탈출을 많이 했음에도 내가 생각한 '잘하는 것'에 의연한 태도였다. 고수분들이 경우 노힌트로 탈출하자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쿨한 워딩에 놀라기도 했다. 게임  안에 들어가서도 그 친구는 침착하고 멋진 태도를 보여 주었다. 우리가 막히는 문제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 우리 1분 정도만 더 생각해 보고 모르겠으면 힌트 쓸까요?"


그러자 우리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1분 동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결국 문제가 너무 어려워 힌트를 쓸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한뒤 힌트를 쓰자 후회가 없었다. 테마를 한 후 그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내가 방탈출을 하러 가자고 권유했을 때 방탈출은 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취향이 안 맞는 취미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머리를 쓰는 게임이니만큼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건 내가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과 같은 부담감이었다.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부담스러운 것이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즐기고 싶은 마음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은 나를 발전시킨다. 나는 게임 후 나왔던 문제를 복기해보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방탈출 예시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다. ‘미궁’이라고 불리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문제를 풀기도 했다. 그 사이트는 사람들이 방탈출과 같은 방식의 퀴즈를 내고 풀어볼 수 있는 사이트이다. 혼자서도 문제를 풀고 나면 희열이 엄청나다. 하지만 부담감을 가지면 방탈출도 취미가 아닌 괴로움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테마를 할 때도 정신없이 문제를 풀어서 나오고 나면, 좀 더 즐기지 못했음에 아쉬울 때도 있었다. 인테리어가 예쁜 테마는 특히 그렇다. 빠른 시간 내에 나오면 좀 더 있다가 와도 되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즐기고 싶은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 행복하고 장기적인 방탈출러 생활을 위해 이를 잘 조율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일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똑같다. 너무 잘하려다가 부담감을 가지고 뻣뻣해지거면 안된다. 반대로 너무 느슨해져서도 안된다. 즐기면서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


"그 테마 어땠어?"


 누군가 방탈출을 했다고 하면 이제 이렇게 물어본다. 성공의 여부를 떠나 즐거웠는지, 무서웠는지, 감흥이 있었는지, 문제는 어땠는지? 수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게임이 끝난 후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묻는다. 성공에 기뻐하고, 실패에 슬퍼하기보다는 이번에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나 자신의 취향이 명확해지고, 저번과 달랐던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일도 삶도 마찬가지이다. 성공 실패가 아니라 어땠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따라 다음번에 더 좋은 한 발을 내딛게 된다. 탈출은 실패해도 느낄수 있는건 천차만별이다. 아 방탈출 정말 잘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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