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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ug 20. 2023

집중력과 문제해결력_매미소리를 이겨 내는 방탈출

방탈출의 효능: 갇히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매미소리에도 무너지는 집중력



“와! 매미소리 들어보세요. 이 회사 안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아요?”


사무실 안인데도 바깥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가 유난히 컸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옆을 봤다. 나를 쳐다보는 동료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서 영하 300도는 되는 것 같았다.


“부기씨 제발 집중하시라고요.”


그 시간은 동료가 인수인계를 해 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헛소리를 해서 눈총을 샀다. 일을 할 때 딴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건 집중력의 문제다. 일을 하던 중 타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 조사를 하려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타사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셀럽의 쇼핑몰에서 결제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정말 초 단~기 집중력이다! 



방탈출에 필요한 것 집중력!


“이 문제 뭐지?”


 자세히 보니, 두 개의 그림에 다른 부분이 있었다. A에 나온 글자와, B에 나온 글자가 약간 달랐다. 두 가지 그림에서 다른 글자를 찾아서 읽어보니 사, 오, 이, 삼이었다. 4개의 숫자를 자물쇠에 넣고 돌리니 문제가 풀렸다. 제법 쉬운 문제였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풀 수 없었다. 방탈출을 할 때는 정말 고도의 집중을 하게 된다. 두 가지가 다른 글자는 없는지 잘 본다. 지문에서 뭔가 이상한 게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답이 보인다. 방탈출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시간에 대한 압박도 있다. 문제 당 3 ~ 5 도를 투여하는 게 적당하다시간도 적게 쓰기 위해 빠르게 풀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방탈출 게임을 하던 어느날, 옆 방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시끄러운 소음이 났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문제에 집중하느라 소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끄럽지 않았냐고 물어봐서 그제서야 공사소리를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는 느꼈다. 내 집중력 나쁘지 않을지도?


방탈출을 하고 난 뒤, 일상 속에서도 게임을 하듯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방탈출은 재미있고 시간의 압박도 있어서 더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업무를 할 때도 글을 읽거나, 서류를 만들 때 혼자서 마음속으로 ‘00분 안에 하자. 집중하자,'고 되뇐다.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해가 안 되던 메일 속 글자들이 읽힌다. 틀린 그림처럼, 내용이 다른 문장이 보인다. 사실 아직도 집중력이 약하다. 하지만, 방탈출을 하기 전보다는 집중력이 좋아졌다.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혼자서 생각한다 '여기는 방탈출 게임 안이다. 이 문제를 풀어야 퇴근할 수 있다.' 스스로 상황에 몰아 넣는다. 망상 덕분에 일상에서도 시간 내에 과제를 해결하면 기분이 좋다.



문제도 과제도 무서워



“이거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더 확인해 봐.”


팀장님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과제를 받기만 해도 그 압박감에 억눌리는 사람이다. 나에게 업무나 과제가 주어지면, 그것 자체가 큰 부담감으로 크게 느껴진다. 더 잘해야 될 것 같아서 내용을 덧대고 덧대다 보면 다른 방향으로 샌다. 결과를 보고하는 데에도 오래 걸린다. 아무도 주지 않은 압박감을 나 혼자 받는다. 마치 섀도 복서처럼.



문제는 문제일 뿐



방탈출을 하면서,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뀐 것을 느낀다. 방탈출은 말 그대로 문제를 푸는 게임이다. 방탈출을 즐기는 내가, 인생의 문제는 못 풀게 또 뭔가? 초반에 방탈출 참여 횟수가 적었을 때는, 힌트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테마만 갔었다. 잘 모르면 힌트를 써서 정답을 봤다. 하지만 잘하는 사람들과 갔을 때, 그들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가급적이면 힌트를 보지 말고 스스로 풀어 내자 주의였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그걸 보니 굉장히 멋져 보였다. 이제는 나도 안 풀리는 문제를 볼 때 힌트를 바로 쓰기보다 고민해 본다. 지나온 길에 못 본 게 있지는 않을까? 이 옆에 다른 게 있지는 않을까? 지문을 한 번 뒤집어서 볼까? 다각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방법을 찾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오!”이거다. 누군가 답을 찾으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뭐냐고 묻는다. 스스로 답을 찾아낸 문제에는 쾌감이 있다. 방탈출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모든 문제가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풀어낸 문제는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풀리는 문제가 많을수록 방탈출 테마에 대한 기억은 좋아진다. 


매일 마주하는 문제와 업무들, 그 속에 느끼는 압박감. 하지만 이제는 괴로움이 많이 해소되었다. 문제를 풀어내는 방탈출이라는 취미를 가지며,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편해졌다. 탈출을 게임처럼 즐기듯이, 문제상황도 결국 즐기고 해결하면 된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지는 과제에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자물쇠를 풀 듯 도전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잘 풀리지 않던 엑셀 수식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의사소통이 괴롭던 이를 설득했을 때, 방탈출 속 문제가 풀릴 때와 동일한 쾌감을 느낀다. 자물쇠에 들어간 손아귀 힘이 느슨해지며, 자물쇠가 틱! 하고 열리는 쾌감. 지금은 방탈출 테마 안이 아니라 사회에 나와있지만,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번 문제 클리어!'



방탈출을 하면서,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문제는 그저 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풀어내면 재미있는 문제도 있다. 문제에 덜 쫄고, 더 집중하게 되었다. 세상에 풀리지 않는 자물쇠는 없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문제도 없다. 자물쇠 푸는 맛을 기억하며 일상 속 문제들도 집중해서 탈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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