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백령도에서 군복무 중
야간 행군을 할 때였다
야간 행군이란 말 그래도 한밤중에 행군을 하는 것인데
백령도에서의 행군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새까만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내 손바닥을 봐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흑 같은 그런 길을...
생각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 몸에
완전 군장을 메고
바닥을 보며 한걸음 한걸음 한 없이 걸어간다.
한참을 걷는데
'어? 이게 무슨 냄새지???'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난다....
'누가 향수를 뿌렸나? '
음~~~~~
너무나 기분이 좋다.
누구의 향수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힘든 상황에
이런 냄새.....
너무 좋다..... 피로마저 풀리는 것 같다.....
한참을 걸어도 그 향기가 없어지지 않고....
그때 맞은편에서 차 한 대가 우리를 비추고 지나가는데
내가 걷고 있는 그 길 옆이
온통 나팔꽃인 것이다.....
아.......
장미꽃도 아니고, 향수는 더더욱 아닌
겨우 나팔꽃 냄새가 그리 향기로웠나.....
어쩜 행복이란.....
그리 크지도
그리 대단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저 옆에 있는 것도
눈을 감고 보면 행복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