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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Aug 14. 2016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

(이상준의 CEO 수필집)

(취미로 그린 오드리 헵번 2014년 겨울)


자문은 반드시 열등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에게 구하는 것인가?


학창 시절 미술 학도였던 나는 미대 입시를 위해 매일매일 학원에서 

석고 소묘를 했다. 

그림의 경력이 있어서 학원 내에서도 꽤 그린다는 소리를 들을 때였는데, 

하루는 한 후배가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건넸다.

"형.... 이 줄리앙(석고 이름) 눈 형태가 좀 틀린 거 같은데요? 좌우 대칭이....."


기분이 나빴다.

나보다 그림 경력도 짧고 자기 또래와 비교해도 그닥 잘 그리지 않는 아이가 

내 그림의 형태가 틀린 거 같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후배의 이야기를 가볍게 무시하고 그림을 완성했다. 


완성한 그림을 넣어두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그 그림을 꺼내어 봤는데, 

줄리앙의 눈이 삐뚤한 것이다..... 


'분명 그때는 틀리지 않았는데, 왜 지금은 틀린 게 보이는 거지?

그럼 그 후배의 말이 맞는 거잖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자기 그림에 빠져 들어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그림의 형태가 틀렸는지, 또는 명암이 너무 어두운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진다. 그리는 도중 가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자신의 그림을 바라 보기도 하지만, 자기 그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럴 때 누군가의 의견을 들어 보면 생각지도 못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런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반드시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대단할 필요는 없다. 


내 눈 보다 객관적인 눈을 가진 것만으로도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입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나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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