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깊은 생각 (이상준의 CEO 수필집)
백령도에서 군 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
갓 일병을 달았을 때, 병적으로 구타를 즐기던 선임과
야간 근무가 배정되었을 때,
난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두 시면 그 선임과 깜깜한 근무지로 2시간
경계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새벽 두 시가 되어 근무지로 향했고,
그 선임은 온갖 꼬투리를 다 잡으며,
드디어
구타가 시작되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약 15분간 쉬지 않고 맞았다.
15분??
짧은 거 같아도
10초에 1대 를 맞아도 90대를 맞는 시간.....
한참을 맞다 보니, 감각이 없어져
이제 맞는 것이 두렵지 않다.
때리는 사람도 재밌지가 않다.
그 선임은 방법을 바꿨다.
딱밤 날리는 손가락 포즈로....
그대로 내 눈을 가격했다.
딱밤 맞은 눈은 반사적으로 눈물이 났고,
그 눈은 순간 실명 상태였다.
다행히 30분 후에 시력은 돌아왔지만,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
.
.
죽이자....
마음먹었다.
남은 근무시간 동안 난 그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근무를 복귀하면 새벽 4시......
자리에 누워 자는 척하며 기다리자.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 다시 일어나,
야삽을 꺼내고 그놈이 누운 자리로 가서
그대로 목을.........'
.
.
근무시간 동안 몇 번이고 상상하고 계획을 수립했다.
드디어 그놈은 잠이 들었고,
나는 오늘 밤 모든 것을 끝낼 각오를 다지며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죽이자. 죽이자.....
한 시간을 꿀같이 잠들고 새벽 5시 알람이 울렸다.
' 아...... 근데...... 너무..... 잠이 온다... 못 일어나겠다... 내가 왜 일어나려고 했더라..... 아!!!!..그놈....... 내일 죽일까???'
.
.
아침이 되었고, 평소와 같이 빵빠레를 들으며 기상하고
운동을 하고 식사를 한다.
어제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뭐야.....
저녁이 되었는데 어제 일이 잘 기억나지 않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날 일이 흐릿해지고.....
심지어
몇 개월 후에는 그 선임과 휴가를 나가 깔깔거리며 술도 마셨다.
그때 알았다.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망각'
나쁜 기억을 애써 기억하려 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