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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Jan 09. 2016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

짧은 글 깊은 생각 (이상준의 CEO 수필집)

백령도에서 군 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 

갓 일병을 달았을 때, 병적으로 구타를 즐기던 선임과 

야간 근무가  배정되었을 때, 

난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두 시면 그 선임과 깜깜한 근무지로 2시간

경계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새벽 두 시가 되어 근무지로 향했고, 

그 선임은 온갖 꼬투리를 다 잡으며,  

드디어 

구타가 시작되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약 15분간 쉬지 않고 맞았다.

15분?? 

짧은 거 같아도

10초에 1대 를 맞아도 90대를 맞는 시간..... 

한참을 맞다 보니, 감각이 없어져 

이제 맞는 것이 두렵지 않다. 


때리는 사람도 재밌지가 않다. 

그 선임은 방법을 바꿨다. 

딱밤 날리는 손가락 포즈로....

그대로 내 눈을 가격했다. 

딱밤 맞은 눈은 반사적으로 눈물이 났고, 

그 눈은 순간 실명 상태였다. 

다행히 30분 후에 시력은  돌아왔지만,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

.

.

죽이자....

마음먹었다.  


남은 근무시간 동안 난 그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근무를 복귀하면 새벽 4시...... 

자리에 누워 자는 척하며 기다리자.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 다시 일어나,

야삽을 꺼내고  그놈이 누운 자리로 가서 

그대로 목을.........'

.

근무시간 동안 몇 번이고 상상하고 계획을 수립했다.

드디어  그놈은 잠이 들었고, 

나는 오늘 밤 모든 것을 끝낼 각오를 다지며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죽이자. 죽이자.....

한 시간을 꿀같이 잠들고 새벽 5시 알람이 울렸다.

' 아...... 근데...... 너무..... 잠이 온다... 못 일어나겠다... 내가 왜  일어나려고 했더라..... 아!!!!..그놈....... 내일 죽일까???' 

.

.  

아침이 되었고, 평소와 같이 빵빠레를 들으며 기상하고

운동을 하고 식사를 한다. 

어제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뭐야..... 

저녁이 되었는데 어제 일이 잘 기억나지 않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날 일이  흐릿해지고..... 

심지어

몇 개월 후에는 그 선임과 휴가를 나가 깔깔거리며 술도 마셨다.

그때 알았다.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망각' 

 

 

나쁜 기억을 애써 기억하려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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