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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06. 2024

동사 vs. 명사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미묘한 차이

UX라이팅을 하다 보면 무념무상으로 기계적으로 쓸 때도 있지만, 나름 '생각'이란 걸 하는 지점도 있다.

사실 고민의 흔적은 전자보다 후자일 때 더 드러나기 마련인데 의외로 이 과정이 UX라이팅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략적인 의도를 담아 더 맛깔스러운 표현을 고민할 때 그 뉘앙스의 차이를 알고 쓰면 글맛이 더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원안(ASIS)에서 1차원적으로 워싱하는 것보다 성취감이 더 생겨서 좋은 것도 있다.


나름 '생각'이란 걸 하는 지점의 대표적인 예는 명사 표현과 동사 표현에 대한 부분이다. 관점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쓰는 과정에 사고의 깊이가 더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 평소 궁금증이 많았는데, 즐겨보는 롱블랙에서도 두 가지 관점을 다르게 소개한 예시가 있어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나 간략 발췌하여 공유한다. 무엇이 더 옳다 그르다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다양한 관점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도 UX라이팅 할 때 고민의 결이 달라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Case 1. 동사보다 '명사'


(중략) 아이들에게 정리 정돈을 부탁할 때, 어떻게 말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버거 교수는 한 유치원에서 진행한 실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상상해 보세요. 바닥에는 블록과 크레용이 나뒹굴어요. 당신은 4~5살짜리 아이들에게 “정리 정돈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한창 놀고 있는 도중에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당신 말을 따라줄까요?
첫 번째 그룹에겐 “남을 돕는 게 좋은 일”이라는 말과 함께, “도와달라help”고 부탁합니다. 두 번째 그룹에는 “도와달라help”는 말 대신, “남을 돕는 사람helper이 되어달라”고 했고요.

단어의 차이는 작지만, 결과는 크게 다릅니다. “남을 돕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할 때, 아이들이 도울 확률이 33%나 높죠.

ⓒ롱블랙, 조나 버거 : 마케팅 대가, “사람 마음은 ‘매직 워드’ 하나에 움직인다”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부여할 때, 상대는 더 강하게 동기부여 받아요. 어른도 똑같습니다. “투표합시다vote” 대신, “투표자voter가 되자”는 말을 들은 그룹의 투표율이 15% 더 높았죠.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때도, 명사는 큰 힘을 발휘해요. “‘지는 것lose’은 안 좋은 일이지만, ‘패배자loser’가 되는 건 더 나쁜 일이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부정행위자가 되지 말라’고 할 때, 부정행위가 50% 이상 줄었어요. 명사는 곧 자기 정체성의 문제이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에 특정 행동이,
나의 이상적인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Case 2. 명사보다 '동사'


(중략) 명사를 동사로 만드세요. 호소다는 한 디자이너의 사례를 이야기했어요. “새 컵을 디자인하라”고 했을 때보다, “물을 운반하는 새로운 방식을 디자인하자”고 하자, 더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요. 컵이라는 특정 대상에 집착하기보다 ‘물을 운반한다’는 본질에 집중하자, 사고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이죠.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해방됩니다.

ⓒ롱블랙, 컨셉수업 : 하나의 말로, 흔들리지 않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법


[질문의 재구성] “질문은 곧 하나의 프레임이 돼요. 프레임이라는 매우 좁은 세계에서 답을 발견하려고 하면, 한정된 답만 얻게 됩니다. 이렇게 저렇게 프레임을 바꾸고, 시점도 바꿔보며, 새로운 질문을 만들 때, 의외의 컨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령 나이키는 ‘러닝화’의 미래가 아니라 ‘달린다’는 것의 미래를 자문한 결과, ‘NIKE+’라는 디지털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어요. 달리기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죠. 일본의 체중계 브랜드 타니타TANITA는 ‘체중계’라는 명사를 ‘건강하게 살을 뺀다’는 동사로 전환했기에, 건강식 레스토랑 사업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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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형에서 동사형으로 바꾸라

https://brunch.co.kr/@futurewave/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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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문을 동사문이나 형용사문으로 고쳐야 한다.

https://brunch.co.kr/@ifeelsunny/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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