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고 싶다.
당신은 명사형 인간인가? 동사형 인간인가?
여기,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그것은 명사형 사고와 동사형 사고다. 명사형 사고를 중시하는 관점은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존재, 그것의 본질에 의미를 둔다. 예를 들어, 눈앞에 ‘사과’가 하나 있고, 그 사과를 통하여 시 한 편을 쓰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사과를 오랫동안 관찰해야 할 것이다. 외형이 어떻게 다듬어져 있는지, 빛은 어떻게 굴절되는지, 그림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색깔은 어떤지, 어떤 물질이 사과를 이루고 있는지, 어느 곳에 놓여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사과가 생산되어 내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온갖 상상에 공상까지 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 즉 사물을 중심으로 하여 그 사물이 생성된 원리와 이치를 연구하는 관점이 ‘명사형 사고’다.
명사는 사물의 존재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 사물이 생성된 원리와 과정에 주목한다. 서양 철학은 그래서 존재를 규명하는데 오랫동안 철학이라는 학문을 동원했다. 파르메니데스, 칸트, 마르크스, 니체,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는 ‘존재’의 의미를 깨닫기 위하여 몇 세기의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하이데거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규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전자는 우주에서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스스로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사전에서 명사 하나를 검색했다. 존재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말이다. ‘인간’이라는 명사를 검색하면 인류, 사람, 인품, 생명, 삶 등의 관련 단어가 나온다. 검색된 단어들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반면, 동사는 인간이라는 명사와 다른 명사들을 규합하고 연결한다. 동사는 명사라는 축을 지탱하기 위한 거대한 엔진이다. 이런 면에서, 명사는 대상을 설명하는 정적인 개념이라면 동사는 명사의 행동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인 명사들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동사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에너지를 가진 것이 동사의 특성이다. 동사에는 움직임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말처럼 동사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언어가 또 있을까? ‘쓰다’라는 동사를 한번 살펴보자. 기본형인 ‘쓰다’는 ‘쓸까, 쓰지, 쓰면, 써서, 쓰겠다. 쓰자, 쓰고, 써라, 쓰시고, 쓰시오, 쓰라, 쓰여, 쓰이다, 써지다, 썼다’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한다. 이런 탓으로 외국인이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동사 때문에 애를 먹는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글을 쓸 때는 동사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김정선은 ≪동사의 맛≫에서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 방법으로 동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조승연은 ≪플루언트≫에서 “영어는 주어의 선택이 제한적이고 동사가 방향을 결정한다.”라고 영어에서의 동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사형 인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숙해간다. 성숙하기 위해서 인간은 어떻게 서로에게 연결이 되어야 할까? 나는 그것이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주고받는 감정 중에서도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명사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하다’라는 접미사가 붙어 동사로 변화할 때, 나를 떠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뜻으로 확장이 된다. 명사와 명사 사이를 이어주는 ‘사랑하다’라는 동사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동사형 인간은 행동을 우선한다. 한 곳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늘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꿈을 찾아 도전한다. 반면, 명사형 인간은 내가 어떻게 살고 행동해야 할지 그것보다, 현재 나의 상태를 더 고민한다. 정체된 인간은 자신이 놓인 상태만 생각하고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행동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미명 하에 구체적으로 길을 찾는 행위를 소홀히 한다.
명사형 인간은 철학자나 연구자가 맞다. 생각하는 것에서 머무는 명사형 인간보다 행동하려는 동사형 인간이 혁신하려는 인간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동사형 인간은 난관이나 고비가 닥쳐도 주저앉지 않는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고 하여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무엇을 만드려고 궁리하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가 우선이며, 현재 내가 누구인지 근원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구체적인 행동이 우선이다.
회사에서도 연구 중인 제품에 대한 질문을 간혹 던진다.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그것보다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마음이 동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선 감정이 움직이도록 유도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찾을 수 없다. 찾을 수 없기에 그만큼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일까? 그것을 위하여 어떤 동사적 사고를 하고 있을까? 당신은 움직이는 동사형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