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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26. 2024

UX라이터의 사고(思考)는 말랑말랑해야 한다

Maudie Weekly Digest 4.22-4.26

눈치(Nunchi)는 감각의 예술이다

유튜브에서 세상을 바꾸는 나머지 45분을 듣다가 눈치가 영어로도 그냥 눈치라는 말에 왜 그런가 찾아봤더니 눈치의 특수성을 번역할 만한 마땅한 어휘가 없다는 말에 새삼 눈치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 정의는 이렇다.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


사회생활의 절반은 눈치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매사에 눈치는 필요하다. 심지어 UX라이팅을 할 때도 '눈치'는 필요하다. 제일 먼저 사용자의 눈치, 그다음으로 클라이언트 눈치다. 어쨌든 '무언가를 잘하기 위함'을 전제로 하는 눈치이므로 해서 나쁠 건 없다. 눈치 관련 표현도, 실생활에서의 쓰임도 참 재밌다.


눈치가 있다/없다, 눈치가 빠르다, 눈치를 채다, 눈치가 다르다, 눈치가 보인다,
눈치는 형사다(속담: 눈치가 빨라 말을 하지 않아도 남의 경우를 잘 알아차리는 사람을 비유)


이러니저러니 해도 진짜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눈치도 좀 살펴야 한다는 거다. 이번 주도 고생한 '자신'을 위해 무얼 원하는지 마음의 눈치를 챌 때다.


Nunchi is the art of sensing
what people are thinking and feeling,
and responding appropriately


Nunchi is the art of sensing

One of the first I learned was “nunchi”— literally translated, “eye-measure.” Nunchi is the art of sensing what people are thinking and feeling, and responding appropriately. It’s speed-reading a room with the emphasis on the collective, not on specific individuals. It might be the most important word I ever learned

[번역: chatGPT4] Nunchi는 글자 그대로 '눈으로 측정'을 의미합니다. Nunchi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예술입니다. 이것은 방에 있는 사람들을 속독하는 것으로, 특정 개인이 아닌 집단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There is a Korean expression, “Half of social life is nunchi.” You need nunchi to get along with people, to get what you want out of people in a purely pragmatic sense and to protect yourself from danger. Nunchi emphasizes speed — if you are a skilled nunchi practitioner, Koreans don’t say you have “good” nunchi, they say you have “quick” nunchi.

[번역: chatGPT4] 한국어 속담에는 '사회 생활의 절반이 눈치'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지내기 위해서, 현실적인 측면에서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눈치가 필요합니다. Nunchi는 속도를 강조합니다. 만약 당신이 숙련된 nunchi 실천자라면, 한국인들은 당신이 '좋은' nunchi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빠른' nunchi를 갖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19/11/02/opinion/sunday/nunchi.html




은유, 비유, 환유는 표현의 예술이다

내 최애 모먼트 중 하나는 바로 환상적인 은유, 비유, 환유를 만났을 때다. 고맥락 고차원적인 표현이면서도 머리와 마음에 쏙 달라붙는 명쾌함이라니! 어찌보면 이런 장르의 수사법은 해당 분야에 꽤 깊은 지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이상으로 꽤 깊은 사유를 해야지 발휘 가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글이 아닌 대화를 나누다가도 은유나 비유, 환유를 써서 말하는 사람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은유]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  예)내 마음은 호수요
[비유]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아니하고 다른 비슷한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일
[환유] 어떤 사물을,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수사법
예) 우리나라 → 금수강산


즐겨찾는 '롱블랙'에서도 자주 은유, 비유, 환유를 만난다. 그럴 때면 문장스크랩을 해두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맛깔스럽다. 때로는 UX라이팅처럼 직관적으로 표현해야 깔끔하고, 정확해서 전달력도 있지만 은유/비유/환유 삼형제가 주는 말맛은 느낄 수 없다. 추억의 연상회로에 ON 스위치를 켜는 것도 이 삼형제다. 게다가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도 얘들이다.


UX라이팅을 할 때도 종종 표현의 한계를 체감한다. 그럴 땐, 갇힌 생각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삼형제'를 호출한다. 앞으로도 보고, 뒤로도 보고, 거꾸로도 보고, 옆으로도 보고 표현의 이용한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서다. '삼형제' 덕분에 내 메타언어가 공고해 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여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 좀 된 글이지만, 읽다 보니 흥미로워 아카이브 겸 공유 겸 해서 올린다.






ⓒ롱블랙

우린 늘 거절의 순간과 마주한다


롱블랙에서

<포커페이스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를 쓴 모리 타헤리포어(Mori Taheripour) 교수를 인터뷰한 글을 보고, "우와~"를 연발했다. UX라이터로서도 UX라이팅에서도, 삶에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었다. 그중 '거절'에 관한 닫힌 생각을 활짝 열어주는 내용이 있어 기록으로 남겨둔다.

가령 애써 쓴 UX라이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라든지, VOC에서 볼멘소리 안의 보물을 캐는 방법이라든지 두루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Chapter 5. 거절당한 것은 당신이 아니다  

상대방이 늘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아닙니다. 거절할 때가 훨씬 많죠. 거절은 괴로워요.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거절이 두려워서 요구치를 최대한 낮춰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리 교수는 거절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봅니다.그에게 거절은 협상의 실패나 끝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예요.
“거절은 자존심 상하고 아픈 일이에요. 하지만 결코 당신이 거절당한 것은 아닙니다. 당신의 제안이 거절당한 것뿐이죠. 이 또한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해요.” 거절당한 제안을 다시 내미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죠. “최악의 영업사원은, 안 사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같은 말을 또 하고, 또다시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 내 말을 전혀 안 듣는다’는 생각에 좌절감까지 느끼게 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거절의 이유를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전보다 나은 제안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모리 교수는 대학 캠퍼스 안에 이발소를 열고 싶었던, 세바스찬 잭슨이란 사업가의 이야기를 제게 들려줬어요. 그는 세 번의 거절을, 세 개의 정보로 바라봤죠. 첫 번째 거절에, 그는 교직원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어요. 사업 능력이 의심된단 말에 추천장을 받아다 제출했죠. 사업 모델이 불안정하단 말에는, 아예 사업 모델을 다시 짜서 갔어요. 마지막 거절 이유는 “자본이 많지 않아서.” 그는 자본이 많지 않단 건 인정하되, 임대료 낼 만큼은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어요. 마침내 이발소를 열 수 있었죠.

“No를 거절이 아닌 정보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상대로부터 즉각 예스라는 대답을 듣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게 된다. 거절은 더 깊고 진지한 대화로 들어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기회인데, 그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더 많은 정보를 알게 해주는 좋은 거절이 나쁜 동의보다 훨씬 낫다.”




시각적 패러독스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관관계

한창 광고 공모전을 나가거나 카피라이터가 된답시고 까불던 시절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이렇게 저렇게 만져가며 고심했던 추억이 있다. 그런데 UX라이팅을 할 때는, 예전에 매거진을 만들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미지를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텍스트가 이미지를 보완한다(또는 이미지가 텍스트를 보완한다)는 의미에서는 UX 관점에서 겹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참고), '시각적 패러독스'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말랑말랑한 사고'를 위해 흥미로운 관점의 글이 있어 공유한다.

(참고) UX 디자인 심리에서 사용자가 수렴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많을 때, 인지 부담을 줄이거나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멀티 모달리티(Multimodality)'를 제안한다. '이미지 하나가 긴 이야기 한 편보다 낫다'는 원칙은 UX라이팅에서도 생각해볼 지점이다. 


Small but tough. Polo. ⓒ김진곤, 박영원 http://dx.doi.org/10.5392/JKCA.2012.12.01.176


폭스바겐 광고 사례를 [표2]처럼 설명한 글에 난 왜 매료됐을까. 아마도 이미지와 텍스트의 전략적 조화가 명쾌해서겠지. 한 장의 이미지와 하나의 문장.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텍스트의 언어적 메시지를 해독한다. 그러면 UX라이팅은?








다가오는 빨간날을 고대하며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다.

<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 >이란 책이 궁금해서 리뷰를 보다가 그만. 녹아버렸다.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난 이 책을 주문했다. 참 긴 여운을 남기는 명문이 따로 없다.  

이 말랑함 그대로 즐거운 주말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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