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은행 냄새

by 육순달



윽 은행 냄새

낙엽과 추위로도

막을 수 없네












지나가는 아낙네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이 사는 세계의 은행 냄새는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은행이 떨어질 시기는 기온도 떨어지는 때라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하기 어려우므로 냄새의 원인물질이 그대로 겨울잠을 잔다는 것입니다. 단단한 타일이나 아스팔트 틈새에 짓눌린 은행은 겨울로 잠시 얼어붙었다가 봄이 되면 사알살 녹아내리며 다시 고약한 냄새를 그들의 코끝으로 되돌립니다.


은행냄새를 돈냄새라 여겨도 무방합니다(하이쿠의 묘미라 생각됩니다). 또한 그 자리는 욕심도 되고 죄도 들어앉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의미를 고간처럼 끼워 넣는데도 말이 못 되진 않는 듯합니다.


어느 날 대중가요가사마저 달리 들리기 시작한 데에 그 배경이 있습니다. 꽤 많은 가요를 처음처럼 새로이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최진영 님의 노래입니다.

(...)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세상에 대한 이해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너’의 의미 또한 빅뱅 터지듯 삽시간에 무한한 우주로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



겨울에는 정오 즈음하여 밖을 달리게 되므로 하이쿠를 먼저 남겨봅니다. 밖에서 더 나누고픈 이야기를 줍게 된다면 다녀와 더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때로는 영감마저 다른 인연을 향하도록 못 본 체 하기도 합니다. 살 찌워 잡아먹으려는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지금은 당장 하고 싶은 말이나 단출하게 전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안치환 가수가 그랬듯 나도 언젠가 개 같은 인생 놈 매앤 탈탈 털어만 가고 도대체가 술 한잔을 안 사준다며 얼굴 붉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 뒤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요, 인생은 이제 연이 다했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통해 느닷없이 술을 사주는가 하면 미안했는지 이자까지 더해서 대통령을 통해 밥도 사주고 빵도 사주더랍니다. 베풀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주고요. 웃기지 않나요? 그래서 가끔은 세상에게 떼쓰기 권법을 써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돌아와 모처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데 불현듯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한 거 있죠. 샤워기 물줄기가 너무 ㅅ세서 티는 잘 안 났지만.

이곳으로 출근한 지도 어느덧 삼 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과연 삼 년이란 시간은 아무리 재능이 없고 게을러터졌대도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내어주는 모양이군요. 부족한 언사에 항상 귀 기울여주시고 사랑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알았어요 저도 사랑해요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