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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Apr 12. 2024

빛의 감옥 안에서

의문


어둠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네모난 빛에 빠져 해에게 바통을 넘긴다.

그제야 무릎을 지그시 누르고 숨을 고른다.

낮 속에 들은 네모에 빠지면 되지 않겠나, 꾀를 내어 보지만 낮 속의 네모는 재미가 없다.

낮은―'나'가 'ㅈ'다리 위로 떠오른다거나 ‘ㅈ’다리가 성큼성큼 움직이길 바라는—빛 잔치이므로 네모의 정체가 하찮기로 탄로 나고 감히 낮의 경기를 담지도 못하는 주제에다가 빛을 양도할 일은 없다.

낮은 하늘만 쳐다 보아도 배가 부르고 충만하다.


낮의 다리들이 무릎을 꿇고 이내 자리에 털썩 앉아버리면 빛도 싹둑 잘려나간다.

나는 아쉬움에 낮이 붙어 있던 하얀 커튼을 펼치고 빛을 이어가는 사람.

언제나 빛을 찾아 생하고 싶은 욕구.

눈이 무리하고 있음이다.




창문을 열고 앉아 있으니 꽃향기 같은 것이 틈틈이 들락날락한다.

(새로 받은) 꽃향 나는 원두인가 아니면 정녕 며칠 전 낮눈에 커튼을 쳤던 정원 가득 메운 꽃들인가.



네모는 시력이 좋으니 때로 안경을 대신한다.

저곳에 몸을 두어 꽃향기의 진실을 확신할 수도 있겠다마는 그럴 만한가 싶은 엉덩이는 뿌리처럼 내려앉아 차가운 잎사귀 하나 만지작 거린다.


꽃은 보기에 좋으나 잎은 만지기에 좋다.

꽃은 나약하나 잎은 굳세다.

잎을 만지면 온몸이 전율하고 전율로 잎은 더욱 윤이 나고 짙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밥 짓는 아내의 것보다도 고운 손.

건반을 놀리는 긴 머리보다 고운 손.

다 합쳐봐도 다 뿌리쳐봐도 고운 손.

손을 찾아 자꾸 손을 뻗는 손.

늘 잡고 싶은 손.

움켜쥐어져 갈비가 깍지처럼 기도하고 싶은 손.

으스러져 더 높이 매달리고 싶은 손.

그 손들은 대체 어딜 가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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