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애 Aug 04. 2023

댄서들 중에 엔지니어와 선생님이 많은 이유

첫 해외 댄스 이벤트


싱가포르에서 워크숍을 들을 때 인상적이었던 질문이 있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춤을 추죠. 댄서 중 절반은 선생님 또는 엔지니어라는 걸 알고 있나요? 한번 확인해 볼까요? 자신의 직업이 엔지니어라면 손을 들어보세요”


나를 포함해서 1/3 정도 되는 인원이 손을 들었다.


“이제 자신의 직업이 선생님(Teacher)인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세요”


1/5 정도 되는 인원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과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그렇게 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같이 워크숍을 듣는 사람 중에는 제법 많았다. 강사의 말로는 다른 곳에서 물어봐도 항상 엔지니어와 선생님이 많다고 한다.


댄서 중에 특정한 직업이 유독 많은 이유가 뭘까?

강사는 신기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환기하며 수업을 시작했지만,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전체 직업군 중 선생님과 엔지니어의 비율이 이렇게 많은 걸까, 아니면 직업적인 특성이 춤과 잘 맞는 걸까.




공대를 졸업했다면 대부분의 관련된 직업은 무슨 공학자,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공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이 될 정도로 높지는 않다.

댄서 중에서 엔지니어가 많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 질문을 미국에서 했던 거라면 지역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은 서부에 사는 댄서들이 가장 많고, 특히 캘리포니아에는 샌프란시스코 등의 지역에 기술 회사들이 몰려있어서 엔지니어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싱가포르였고 아시아, 미국, 유럽,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인 행사였다.

공통점은 그저 춤을 춘다는 것뿐이다.  


엔지니어로서 생각해 본 특징은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해결할 때까지 진득하게 붙어있는 점이다.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리더는 처음에 시작하고 1년이 가장 어렵고 팔로워는 그 이후가 어렵다.

그 덕분에 끝까지 추려면 어렵고 힘든 기간 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춤을 추기로 정했다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춤을 출 때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분석적으로 접근해서 연구하는 특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에 춤을 잘 추지 못하더라도 이유를 분석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머리로 음악의 구조를 분석하고 어떻게 출지 계산하며 추는 것.

계산하는 과정이 머리 아프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춘 춤이 음악에 딱 들어맞는 걸 보면 또 다른 희열이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꼽고 싶다.

춤을 추려면 우선 춤출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일정한 시간에 퇴근을 하거나 업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하는 이벤트를 가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직장인이라면 적어도 이틀은 연차를 쓸 수 있어야 하고,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비, 이벤트비 등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이런 이유들이 엔지니어가 춤을 추기 좋은 조건이지 않을까.




선생님의 경우는 어떤 점이 이유가 될지 고민해 봤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어떤 것을 가르치는 것이 업으로, 학교 선생님 말고도 학원, 온라인 수업 또는 개인 수업 등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도 모두 포함한다.

춤을 오래 춘 사람 중에는 춤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으니, 인원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사업이나 기술, 언어를 가르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을 듯하다.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직업이라면 퇴근 시간이 일정할 것이고, 온라인 또는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라면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라면 방학도 있을 테니 다른 직업군에 비해 여행을 갈 시간도 충분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본 적은 없기에 선생님의 어떤 성격이 춤과 맞는지는 모르겠다.

예상컨대 가르치는 직업 역시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도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인내심 말이다.

그렇다면 춤을 배우며 스스로를 가르치고 채찍질하는 것도 인내심을 갖고 잘할 수 것이다.




선생님과 엔지니어라는 직업의 특징을 생각했을 때 춤과 잘 맞는 부분은 시간, 돈, 그리고 인내심인 것 같다. 어쩌면 많은 사람의 직업이라 댄서 중에도 많은 직업일 수 있다.


주변에 춤추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물어봤을 때 엔지니어나 교사라는 답을 들을 확률이 절반쯤 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만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나처럼 그렇겠거니 추측할 뿐이다.


춤의 조건은 그저 춤을 즐길 수 있고 오래 출 수 있다면 된다.

선생님과 엔지니어처럼 인내심과 시간과 돈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직업 중에도 인내심과 분석력,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비슷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