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댄스 이벤트
웨스트 코스트 스윙은 파트너 댄스이지만 꼭 두 명만 함께 추지는 않는다. 여러 명이 함께 추는 있는 방법도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대회 행사 중 하나로 네 명이 함께 추는 행사였다.
마지막 날 이벤트가 모두 끝난 뒤에 재미로 하는 행사로 이름은 포-펀-스트릭틀리(4-Fun Strictly)이다. 스트릭틀리(Strictly)이기에 파트너들을 미리 정해서 4명이 함께 추는 것으로 이름에 Fun이 포함되어 재미있게 추면 된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아시아 오픈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오는 만큼 친목을 도모하라는 주최 측의 목적도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은 국적과 레벨 두 가지였다. 최소 세 명의 국적이 달라야 하고, 초보자인 뉴커머(Newcomer) 레벨이 반드시 한 명 이상 있어야 하며 올스타(All-star) 이상의 레벨은 최대 한 명만 있어야 했다. 팀 인원은 3명 또는 4명을 모아야 하는데 다양한 국적과 레벨이라는 조건이 제법 까다로웠다.
게다가 이 조건은 행사를 시작하기 30분 전에 발표했다. 팀원을 30분 안에 모두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같이 온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얘기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친해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먼저 나서서 대회를 같이 나가자고 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4명이 함께 출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아서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리더 한 명이 팔로워 두 명과 함께 출 때면 동시에 두 사람을 이끄는 동작을 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팔로워들끼리 부딪히거나 팔이 꼬이곤 했다. 처음부터 리딩을 잘하는 경우보다, 잘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는 리더가 손을 놓거나 팔로워가 다른 방향으로 피하며 춤을 추는 방식으로 위기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의 양손을 두 사람이 각각 잡고, 남은 한 명은 어깨나 허리를 잡고 있는 식으로 연결되는 게 가장 쉬웠지만 네 명이 함께하다 보니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두 명이 잠시 팔을 들면 다른 사람이 그 사이로 지나가는 건 쉬운 축에 속했다. 다리 사이로 지나가거나 총알을 피하는 것처럼 누웠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양손과 함께 한 발로 리딩을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서는 갑자기 손을 놓고 광란의 춤을 춘다거나 앉고 멈추면서 다 같이 음악을 듣는 것도 보여줬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에 같은 동작을 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덕분에 춤을 지켜보는 관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웃다 못해 바닥을 구르고 흐느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예선과 준결승은 처음 팀을 짠 대로 4명이 진행했지만, 결승에서는 두 팀씩 합쳐서 8명이 한 팀이 되어 대회를 진행했다. 결승에서 우승 두 팀이 겨뤄 승자를 뽑은 뒤에는 다 같이 춤추는 게 재미있었다며 결승전을 치른 모두가 함께 춤을 췄다. 무려 16명이 함께 춤을 춘 것이다. 4명이 추는 것도 신기했는데, 8명, 16명은 더 신기했다.
평소 두 명만이 추던 웨스트 코스트 스윙을 4명 이상이 추니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묶는 것 같았다. 인원이 많은 만큼 실수도 잦긴 했지만 오히려 너무 자주 꼬이며 손을 놓다 보니 실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일반적인 춤의 모양새가 보이는 게 더 놀라웠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재미있었는지 미소진 얼굴과 함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다른 이벤트나 영상에서도 이렇게까지 많은 인원이 함께 춤을 춘 것은 본 적이 없다.
웨스트 코스트 스윙에 기네스북이 있다면 16명이 함께 출 수 있는 춤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참고영상 : 16명이 춘 West Coast Swing - 4 Fun Strictly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책에 모두 수록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자료,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남겨두었습니다.
남아있는 글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만 삭제하였지만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