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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애 Aug 04. 2023

다른 사람의 춤을 평가하는 사람

첫 해외 댄스 이벤트

대회의 심사위원은 저지(Judge)라고 부른다. 

기준에 따라 사람들의 춤을 평가하는 역할로 프로 댄서들도 부담스러워하는 일이다. 심사위원을 맡으면 평가 결과에 대해 비난을 들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왜 나한테 점수를 주지 않았냐고 하거나, 내가 저 사람보다 뭐가 부족하냐며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공정하고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정장이나 드레스를 차려입고 평가할 때도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의 표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번호표를 단 참가자들 중간에 태블릿 등을 들고 채점하는 심사위원들이 있다



남을 평가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비난받기 쉬운 역할이다. 한 번이라도 심사위원을 해봤거나, 비난을 받은 사람은 남을 평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대회에서뿐 아니라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그저 즐거우려고 춤을 출 때도 아무렇지않게 다른 사람의 춤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쉽게 내뱉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내 춤이 어떠냐고 평가해달라고 물어본 게 아닌데도 갑자기 “너는 너무 빨라." “너는 이런 걸 고쳐야 해.”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한다.



지금은 이런 평가를 들어도 잘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흘려들으려고 애쓴다. 

불필요한 참견으로 기분이 나쁜것은 물론이고, 납득할 수 없는 심사위원의 평가로는 내 춤을 개선할 의지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춤을 출 때 내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다른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놓친 걸 알려주면서 이걸 먼저 고치라고 하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라는 반발심이 생긴다. 


특히나 나와 파트너로 춤을 춘 사람이 말했다면 반발심은 더더욱 크다. 나와 같은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동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다른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로만 듣고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니 조언으로 위장한 평가를 들어도 당연히 와닿지 않는다. 


춤을 더 잘 추고 싶다면 그런 평가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멘토로 삼고 물어보는 게 낫다.

 괜히 프로들한테 1:1 수업을 신청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거나 잘못된 습관을 고쳐보겠다고 크리틱(Critic)같은 수업을 들으러 달려가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춤을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었으면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춤에서의 평가는 업무에서 주고받는 피드백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회사의 리더십 교육에서 발전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어떻게 하면 서로 잘 주고, 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피드백을 받을 사람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서도 부하직원이 어떤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피드백을 하지 말라고 한다. 발전을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춤을 추다 갑작스레 듣게 되는 평가는 주는 사람에게는 피드백이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비난이 아니었을까.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책에 모두 수록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자료,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남겨두었습니다. 

남아있는 글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만 삭제하였지만 전체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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