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사람
어느 일요일 하메님과 저녁 자리에서 나눈 대화
오랜만에 하메님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나의 경우 보통 9시 반에 집을 나서고 오후 7시쯤에 들어오는 반면 하메님은 10시쯤에 나와 새벽 2시에 오기 때문에 얼굴을 보고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저녁식사는 같이 살면서 서로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보고 조율하는 자리이면서 일상을 공유하며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학과가 어디인지 왜 그 학과로 지원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당시 문학보다는 비문학에 심취했을 때라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심리학 책도 접할 수 있었다. 그때 읽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심리학자의 꿈을 갖는데 영향을 주었다.
원했던 학과에 진학하고 열심히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도 친구도 내가 학자가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메님도 전혀 다른 진로를 준비하는 이유가 궁금했는지 왜 대학원을 가지 않았냐고 물으셨다.
“대학원을 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계기는 연구방법론 수업이었어요. 그 수업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토대로 주제를 정해 소논문을 만들어야 했어요. 배울 때는 재밌고 좋았는데 막상 주제를 정할 때는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나는 하고 싶은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원과 취업을 양자택일이 어려운 것이라 생각해 진로에 고민이 많았지만 직장인으로 살다 대학원에 들어가 박사학위를 따는 길도 있다는 걸 안 후 내려놓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하메님은 내 얘기가 '센세이션'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자기를 잘 알고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취준 기간 동안 가려는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흔들린 적이 많아 단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허들을 높게 잡아 스스로를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적어도 남들이 보는 나는 뚜렷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인정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