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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04. 2020

Follow Me!

종로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내가 오가는 길 주변은 한옥과 옛 궁궐이 있어 관광객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전에 살았던 강남의 모습은 유리창으로 가득찬 건물과 직장인의 지역이었다면 종로는 아담한 건물과 관광객의 지역이라 하겠다.

이상하게도 종로에서 길을 걷는 일은 산뜻하고 즐겁게 느껴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강남에서는  똑같이 생긴 고층건물에 둘러쌓여 바쁘게 지나쳤다면 종로에서는 탁 트인 하늘에 눈길 한 번, 개성있는 가게에 눈길 한 번, 여행에 막 온 듯 설레여하는 관광객의 표정에 눈길 한 번 주느라 재밌게 느낀 것 같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 유모차를 끄는 여성과 나란히 걷는 찰나에 그가 내게 말을 건넸다.
"Excuse me?"
영어를 잘 못해요 하고 곧잘 넘어가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Yes?"
그는 주변에 유명한 카페를 찾고 있었다. 나는 오가는 길에 몇 번 봤던 곳이라 'Follow me'를 외치며 앞장섰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막상 길을 찾으려니 긴장되서 길찾기가 어려웠다. 당황한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그는 나에게 자기한테 지도가 있다며 보여줬다. 민망함을 감추고 지도를 보고 길을 안내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는 Thank you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웃음을 건넸다. 그때의 작은 행복감이란 마음 속이 따뜻해졌다. 그와 인사를 하고 걷는 길에 한층 여유로워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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